[한마당-김영석] 박근혜 화법 기사의 사진
“휴전선은요? 전방은 이상 없나요?”

1979년 10월 27일 새벽 2시였다. 김계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각하께서 서거하셨습니다”라고 말하자 영애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이었다. ‘박근혜 어록’의 시초다. 2006년 5월에는 유세 도중 ‘면도칼 테러’를 당한 뒤 “대전은요?”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한나라당 지방선거 압승의 촉매제가 됐다.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로 일축해 버렸다. 2008년 총선 당시 친박계 공천 학살에 대해선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어록을 남겼다. 특유의 단답형 화법이다.

단답형 화법은 대통령 취임 후 직설화법으로 변모했다. “뿌리를 확 뽑아버려야 한다(2013년 9월)”라거나 “불어터진 국수를 누가 먹겠느냐(2014년 2월)”는 등 강한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그러다 비정상적 화법으로 흘렀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2015년 5월)”거나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같은 해 11월)”라고 했다.

급기야 최근 대국민 담화는 ‘변명’ 화법으로 점철됐다. 지난 10월 25일 1차 담화 땐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했고, 지난달 4일 2차 담화 땐 “국민의 삶에 도움 주기 위해 추진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3차 담화 땐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잘못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면서 자신은 쏙 빠져버리는 화법이다. 국민들은 230만개의 촛불로 반박했다.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 말 한마디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구구한 자기변명과 남 탓하기로 일관하는 대통령의 말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2014년 2월 “신뢰를 잃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화법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거위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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