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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한규] 특검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부실한 검찰 수사에 칼 들이댈 용기 필요… 공명심 앞세우거나 정치적이지 않아야”

[시사풍향계-김한규] 특검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 기사의 사진
“나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로 당신을 임명합니다.” 이상한 모양새다. 해괴하긴 하지만 어쨌든 박영수 특검팀이 이제 어느 정도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되었다. 특검팀에 거는 기대는 이미 많이 이야기되었으므로 이제는 특검팀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첫째로,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특검 및 특검보와 팀장까지 모두 전관일색, 그것도 대부분 검찰 출신이다. 특검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포함된 잘못을 밝혀내야 한다. 최근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광화문광장에 수많은 촛불이 켜지기 전까지 수사 과정이 지리멸렬했다는 지적은 거의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특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친정이 저지른 지리멸렬의 결과를 넘겨받아 그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수사팀의 대부분은 수사가 끝나면 친정인 검찰로 복귀해야 할 사람들이다. 또 검찰을 상대로 일을 해야 하는 변호사들이다. 과연 특검팀에 자신이 돌아갈 친정에 비수를 들이대거나 또는 먹고살아야 할 밥그릇에 오물을 끼얹을 용기가 있는지 묻고 싶다. 만일 그럴 용기가 없다면 차라리 그 자리를 맡지 않는 것이 옳다. 과거에 대한 미안함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는 모두 태워버려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명심을 앞세워 수사는 뒷전이고 언론에 립서비스만 일삼는 행태를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박영수 특검이 “국민들이 대통령 강제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원한다면 그때 가서 강제수사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강제수사는 임의수사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필요한 수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이르게 될 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법리적인 판단으로 진행하면 되는 일이다. 법리적으로 진행해야 할 수사를 국민이 원하면 하고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검사적인 사고가 아니라 정치인적인 사고다. 특정 정당의 대표격인 인사가 박영수 특검과의 친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특검팀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특검법 제5조)는 규정을 명심해야 한다. 특검은 특별하기는 하지만 ‘검사’다. 검사는 언론 인터뷰가 아니라 공소장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야 하며, 기소한 범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 본분이다.

세 번째로 관계자 진술에만 의존하다가 법정에서 번복돼 무죄가 선고되던 종래 특수수사의 구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수사가 될 것이다. 상대는 대통령과 청와대다.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던 구속 후 밤샘수사나 티끌까지 다 털어내는 식의 압수수사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상당 부분 이가 빠진 거대한 퍼즐을 완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을 떠맡은 특검팀이 과거 경력에 비추어 습관적으로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할까 걱정이다.

네 번째로 과욕을 앞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매머드급 특검이라 하지만 수사 대상은 방대하고 수사 기간은 3개월에 한 달을 연장할 수 있을 뿐이다.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검팀은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특검의 본분이라면 상대의 심장에 정확하게 칼을 꽂아 단번에 고꾸라뜨려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지리멸렬한 성과에 그친 특검제의 재현이 된다면 앞으로는 어떤 권력자도 죄를 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려운 과제지만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핵심을 찌르지 못한다면 특검팀이 광화문의 촛불 앞에 설 수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김한규 서울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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