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8> 쇼핑도 축제가 될까 기사의 사진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포스터
축제 애호가 입장에서 대형 상점 외벽에 걸린 세일 페스티벌 문구보다 안타까운 게 없다. 예전엔 바겐세일, 빅세일이라 하더니 요즘은 동네 마트조차 전단지에 세일 페스티벌이란 말을 흔히 사용한다. 정말 세일·쇼핑도 축제가 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소비 촉진 마케팅 차원의 세일 활동은 축제라 볼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을 보면 규모와 특징 면에서 심상치가 않다.

쇼핑 축제를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게 한 대표적 사례는 세 가지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영국 박싱데이, 중국 광군절이다. 원조격인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시작한다. 한 해 동안 쌓인 재고를 처리하고 상점들이 흑자를 기재한 데서 유래했는데 기본적으로 명절 축제의 연속성이 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시작하는 박싱데이는 수고해준 아랫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던 데서 생겨나 자선·기부·나눔의 의미가 오늘날 쇼핑 축제의 배경이 됐다. 후발주자인 광군절은 앞선 두 쇼핑 축제의 아성을 뛰어넘었다. 싱글들을 위로하기 위해 11월 11일 진행되는데 올해 실적이 21조원을 기록했고 12월 12일부터 제2의 광군절인 슈앙스얼 쇼핑 축제가 다시 시작된다.

그에 비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앞서 소개한 해외 쇼핑 축제는 민간이 주도하고 자연발생적이며 유래와 특징 면에서 빈민층을 위한 자선문화, 외로운 싱글족 위로, 명절과 연말 재고처리 등 사회적 문화현상이 근간이 됐다. 반면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정부 주도, 소비 촉진책, 공감대 부족 등으로 축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모바일 이용률이 높다는 점에서 손가락이 바쁜 한국형 축제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대규모 세일이 축제가 되는 시대. 한국형 쇼핑문화를 끄집어내는 것이 관건이지 않을까.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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