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탄핵의 추억 기사의 사진
“저 개인적인 바람입니다마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은 우리 생애에 다시없을 겁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국회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의 말이다. 탄핵소추위원으로서 노 대통령 탄핵에 총대를 멨던 그였다. 불행하게도 그의 말은 틀렸다. 역사라고 하기엔 너무도 짧은 12년 만에 우리는 다시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아이러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거나 그 휘하에 있는 공직자들이 국법을 위반하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하면 탄핵당할 사유는 차고 넘친다. 대통령 본인의 직무유기는 물론이고 그 휘하 공직자들의 국법 위반까지 있었으니 이중의 탄핵 사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또 한 장면이 스쳐간다.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던 순간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엷은 미소.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야유와 함성, 울부짖음 속 미소가 유탄이 돼 돌아올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마는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는 엄중한 순간에 미소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 미소는 이제 눈물이 됐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혹자는 역사를 우연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는 필연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상처는 곪으면 터지는 법. 나랏일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최순실이라는 ‘듣보잡’ 여인과 문고리 3인방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미 박 대통령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박근혜정부가 탄생하기 전부터 탄핵의 빌미를 잉태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역시 필연인 것이다.

12년 전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온몸으로 노 대통령을 보호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은 난파선 생쥐처럼 저 살기 바쁘다. 이럴진대 탄핵의 공수가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라는 말이 딱 맞는다. 덧붙인다면 지금 탄핵의 공격수들도 잘나갈 때 조심하시라. 오만에 빠지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짧은 역사에서 경험했듯 탄핵의 칼날이 겨누는 방향은 언제든 바뀌고, 촛불은 사람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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