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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탄핵정국과 박지원

“노련한 정치감각으로 고비 때마다 흐름 주도해… 차기 대선에서도 키를 쥘 듯”

[김진홍 칼럼] 탄핵정국과 박지원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한 막이 끝났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지만, 중대한 분수령을 넘어섰다는 진단이 적확할 듯하다. 촛불민심은 아직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사실상 유폐됐다. 탄핵 가결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적으로 촛불의 힘이다. 앞으로 촛불이 지금까지 보여준 동력을 유지할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불분명하나 대통령 사법처리와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탄핵에 이르는 동안 정치권은 우왕좌왕했다. 촛불이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나아간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 촛불을 이끌기는커녕 눈치를 살피거나, 그 뒤를 쫓아가느라 허둥지둥했다.

그럼에도 제 역할을 다하려 노력한 정치인을 꼽자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아닐까 싶다. 최근 몇몇 송년모임에서 만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그나마 이따금 합리적인 목소리로 눈길을 끈 정치인은 박 원내대표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칠십을 훌쩍 넘긴 탓인지 그는 노련하고 노회하다. 김대중정부 때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으나 노무현정부 기간은 감옥에서 보냈다. 이런 영욕의 세월이 그를 강하게 담금질했고, 그것이 탄핵 정국을 꿰뚫어보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날짜가 2일에서 9일로 연기된 것과 관련해 야권 일각에서 여전히 논란 중이다. 그 중심에 박 원내대표가 있다. 2일 표결에 반대한 박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쪽과 9일이 적절했다는 박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쪽이 대립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 원내대표의 신중론이 옳았다고 본다. 2일 표결이 무산됐을 당시는 국회 결정에 거취를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로 비박계가 흔들리는 상황이었고, 탄핵안의 상정이 목표가 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면 비박계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비박계를 ‘부역자’라고 몰아붙인 더불어민주당보다 “험난한 고개를 넘을 때는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박 원내대표의 주장이 온당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 “대통령이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던졌다”고 일갈하면서 탄핵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9일 가결됐다. 반면 그 사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정의당 몰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만나는 등 뜬금없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이미 과거가 돼버렸지만, 박 원내대표는 탄핵 전에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자는 입장을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총리 추천 후 탄핵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반대에 부닥쳐 곧바로 접었다. 그의 주장대로 그때 국회가 총리를 추천했더라면 요즘처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회자되는 그의 발언은 더 있다. 지난 3일, 232만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자 “노벨평화상 후보감”이라고 존경심을 표한 건 하나의 사례다. 또 촛불의 지탄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김기춘은 아·모·기(아닙니다·모릅니다·기억 안 납니다)” “특검의 1호 구속은 기춘대원군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점도 관심을 끌었다.

그의 언행이 일관된 것만은 아니다. 안티세력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고비 때마다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법치에 따른 정국 수습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차기 대선에서도 키를 쥘 듯하다. 그는 내달 15일 열리는 국민의당 전당대회 때 대표직에 도전한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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