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에너지’ 국가 개조의 동력 삼아야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 혁명’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우리 사회 원로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인 ‘촛불 에너지’를 대한민국 개조를 위한 동력으로 삼고 ‘제2의 건국’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11일 제언했다. 차분하게 ‘탄핵 이후 대한민국’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치권은 냉정을 되찾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달았다. 당리당략을 버리고 협치를 통해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찾고 개헌 등 국가의 틀을 바꾸기 위한 논의의 장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정국 수습은 헌법과 법률을 따르는 게 순리라는 것이 각계 원로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정치권이 촛불민심을 왜곡하거나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이제부터는 헌법 질서에 맡기고 국민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경제·안보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모두 양보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을 향해서도 “한국사회는 보수가 망한 것도 아니고, 야권이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가서도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촛불의 뜻을 왜곡해 건방을 떨거나 자기 공로로 하면 민심은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며 “여야 지도부 모두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촛불민심을 거슬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국정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도 국민의 역량에 달렸다. 지금은 (정치권이) 시끄러움을 잠재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대 명예교수는 “국가적 혼란을 극복하고 수습할 방안을 정치권이 책임 있게 마련해야 한다. 국민을 광장으로 불러들이고 정치권이 그 뒤에 얹혀가서는 국가적 에너지만 낭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촛불 시민들이 이념이나 지역, 종교를 초월해 한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정치권도 ‘협치’로 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4·13총선의 의미는 협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며 “평화롭고 질서 있는 집회가 탄핵안 가결을 끌어냈듯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버리고 협치를 통해 국가관리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내각도 협치의 대상으로 봤다. 그는 “새로 세워질 내각은 엄격히 중립적이고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며 “겸손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협치하는 행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국민으로부터 지탄받거나 의심받는 행정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안정적 국정 관리를 위해서는 황 권한대행이 상시로 국회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정 컨트롤타워 작동도 시급히 요구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여야가 컨트롤타워를 빨리 회복시켜 대내외적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제는 정당과 시민사회가 서로 깊게 연대하는 시대가 됐다”며 “수평적 연대 관계를 만들어 시민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원로들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제2 건국’에 준하는 새롭고 공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주문했다. 특히 기존의 정치세력과 단절된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그 리더십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철현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정치권이 좋은 세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낡은 세력의 ‘바통 터치’밖에 안 된다”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준을 발표하고 구세력을 털어내지 않는다면 ‘제2의 혁명’은 없고 똑같은 일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개인의 문제는 인물을 교체하면 해결되겠지만 제도적인 문제는 개헌을 통해야 한다. 현재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시스템을 바꾸는 큰 틀의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서진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소를 다시 집어넣으면 소만 잃게 된다”며 “영토조항, 경제조항 등 이념적 대립이 극심한 부분은 접어두고 권력분점 등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고 제안했다.전웅빈 이종선 고승혁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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