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플랫폼 서울혁신파크 <4회·끝>] 삶을 바꾸는 서울혁신정책, 도시문제 해결 모델 기사의 사진
소셜 벤처기업 인라이튼의 엔지니어가 무선청소기의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교체한 후 회로를 수리하고 있다. 인라이튼은 서울혁신파크 리빙랩 공모사업에 선정돼 최근 3개월 동안 수명이 다한 무선 가전제품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청소·수리까지 해 주는 서비스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혁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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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革新)’은 ‘협치(協治)’와 함께 민선 6기 서울시 시정의 핵심 키워드다.

협치는 관이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시민과 기업, 사회단체 등 민간주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정을 이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혁신은 기존 접근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해 가는 것이다. 서울시는 민선 5기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혁신기획관실이라는 조직까지 만들어 다양한 혁신정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서울을 바꾸는 혁신정책들

‘공유(共有)’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혁신정책이다. 개인이나 기업·기관들이 전유(專有)하던 주택, 차량, 공간 등을 필요한 사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독거노인과 대학생이 함께 사는 ‘한지붕 세대공감’이란 세대 간 주거공유 모델을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주택이 있지만 혼자 사는 60세 이상 어르신이 대학생에게 빈 방을 시세의 절반에 임대해주고 대학생들은 어르신과 주 3∼5시간 정도 함께 장을 보러 가거나 말벗이 돼 주는 식이다. 노인은 혼자 사는 고독감을 덜며 약간의 임대료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청년들은 저렴한 비용에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올해도 178가구에서 시행됐고 연내 추진 지역이 16개 자치구로 확대될 이 모델은 성남시, 부산 해운대구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필요할 때 사용료를 내고 자동차를 빌려 자가용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울형 카셰어링 서비스 ‘나눔카’도 대표적인 공유 정책의 하나다. 2013년 2월 시행된 후 쏘카, 그린카 등 5개 민간사업자가 총 4156대의 나눔카를 1386개 주차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9월 현재 회원이 124만6000명이고 하루 평균 이용자가 6033명일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차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비어있는 주차장을 연결해 주는 ‘모두의 주차장’도 198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나 자치구, 동주민센터 등의 공공시설을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공간 공유도 1200개 시설에서 시행되고 있다. 망치, 드릴 등 가정용 공구를 빌려주는 공구 대여소도 동주민센터 등 216곳에서 운영 중이다.

소유에서 사용으로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경제적 낭비를 막고 새로운 관계 형성을 통해 공동체 회복을 지향하고자 하는 혁신이 바로 ‘공유 도시 서울’로 이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처럼 공유도시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수상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 ‘따릉이’도 혁신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운영된 지 1년 만에 회원이 20만8000명으로 늘었고 누적 대여건수가 161만6000건을 기록했다.

심야 전용 시내버스인 ‘올빼미 버스’, 간병을 병원이 책임지는 ‘환자안심병원’, 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골목길 디자인사업’, 단독·연립주택 밀집지역에서 거점수거 방식으로 재활용자원을 수거하는 ‘재활용정거장’, 택배를 집주변 관공서에 위치한 보관함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여성안심택배’ 등도 시민 중심사고와 창의적 발상이 낳은 서울의 주요 혁신정책들이다.

서울혁신의 실험장 혁신파크

서울혁신파크는 서울혁신의 랜드마크를 꿈꾸는 공간이다. 혁신가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혁신 실험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서울의 혁신정책과 접목시켜 나가는 일상실험실이다. 혁신파크는 내·외부 기업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리빙랩(일상실험실) 공모를 통해 서울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혁신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들어 ‘1인 가구 주거빈곤의 실험’과 ‘책을 매개로 한 사회적 연결’ 등 2개의 지정과제를 6개월 간 수행했다. 또 ‘내가 바꾸는 서울, 100일의 실험’이란 타이틀로 6개의 자유과제를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했다.

소셜 벤처기업 인라이튼은 자유과제로 ‘다시 쓰는 더 나은 방법-배터리뉴(BETTER REnew)’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배터리 수명이 다한 무선 가전제품의 배터리팩(묶음)을 구성하는 셀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수리·청소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자원전략 실험이다. 인라이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변화로 설 자리를 잃었던 기술장인들을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는 실험도 함께 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기업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에게 책과 친구를 선물하는 ‘발달장애·비장애 학생의 참여형 통합교육 시스템 개발’ 실험을 진행했다.

독산4동행복주차주민위원회는 주택가 골목 주차난을 공유를 통해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는 지역 내 능동적인 소비운동을 통한 공동체경제모델 구축 실험을 각각 진행했다.

김병권 서울혁신센터장은 13일 “서울혁신파크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난제들을 협업을 통해 공동으로 해결해 가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혁신사례들이 시민들의 삶 속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다른 지역과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혁신사례들을 일반화·의제화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혁신은 더 나은 삶으로 바꾸는 것… 다양한 혁신정책, 他 지자체로 확산”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 인터뷰


“사회혁신은 우리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입니다. 서울의 혁신은 이미 도시정책, 사회정책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사회혁신정책을 총괄하는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1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사회혁신은 기존의 행정 문법을 뛰어넘어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다양한 방법과 주체를 연결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 기획관은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과거 해법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땐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야 비로소 문제 해결 가능성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의 사회혁신정책이 구체적으로는 시민참여, 협치, 공동체, 공유 등의 새로운 해법들을 지원하고 확산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혁신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고 강조했다. 무한경쟁의 교실, 각자도생하는 삶터,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도시 등이 모두 혁신을 필요로 하는 현장이라는 것이다.

아파트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공동부엌을 만들고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려고 손편지를 쓰고, 에너지소비를 줄여 그 돈으로 경비원을 줄이지 않는 아파트 등은 우리 삶의 현장을 바꾸는 혁신사례들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전 기획관은 “마을공동체, 공유도시, 청년정책, 혁신시정 등 서울의 다양한 혁신정책들은 10여개 이상의 자치단체로 확산되고 있다”며 “좋은 변화를 이끄는 사회혁신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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