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성환] 국민연금으로 집 사게 하자 기사의 사진
가계부채, 국민연금, 주택정책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우선 가계부채는 현재 우리 경제의 핵심적 위험 요인이고 민간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구별 부채는 약 6200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저금리 덕분에 가계부채가 아직은 잠재적 문제로 남아있지만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해질 경우 가계부채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의 구조적인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이미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초과하는 거대 기금이다. 증가 속도 또한 매우 빨라 몇 년 안에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 규모가 각각 약 1400조원과 1700조원임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투자할 수 있는 규모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향후 국민연금의 기금투자 방향은 주로 해외 투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분산투자 관점에서 해외 투자를 증가시키는 것은 타당해 보이나 과연 국민연금과 같은 거대 기금이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고 국내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한번 고려해볼 만한 문제다.

주택은 우리나라 가구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다. 가계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든든한 노후생활 소득원이 돼 있다. 주택은 가계의 주거비 변동 위험뿐 아니라 물가상승 위험도 일부 헤지해준다. 따라서 주거 형태를 임대주택으로 일반화시키는 것보다 모든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고령화 시대에 바람직한 주택정책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주택보유율은 58%로 일본 61%, 미국 67%, 대만 85%, 싱가포르 90%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후 소득원으로 쓸 수 있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대출에 대한 상환 부담과 함께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부담도 지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만일 국민연금 가입자가 주택을 매입할 때 이미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사용하고 주택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에 향후 납부하는 보험료를 사용한 후 주택을 매도할 때 그동안 사용했던 본인의 누적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민연금에 상환하게 해주면 가계부채, 국민연금, 주택정책 간의 연립방정식은 쉽게 풀릴 수 있다. 여기에 신혼부부의 주택 매입에 약간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준다면 저출산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을 통해 가계는 부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채 상환과 보험료 납부라는 이중고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국민연금은 과다한 기금 규모 및 보험료 수입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가구의 주택보유율도 올라가 주거 안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공적연금에 해당하는 CPF(Central Provident Fund)는 누적 적립금 중 40% 정도를 가입자의 주택 매입 및 주택대출 상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국민들의 노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깊고 폭넓은 논의를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해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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