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절친’ 틸러슨 초대 국무장관 지명 기사의 사진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됐다. 사진은 틸러슨(왼쪽)이 2011년 8월 러시아 남부 소치의 흑해 리조트에서 열린 업무 협약식에서 당시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 대표적인 ‘친러 기업인’인 그가 국무장관으로 확정되자 미 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64)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낙점됐다고 13일(현지시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혔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틸러슨은 미국과 적대적인 러시아와 친밀한 기업인이라는 점, 그리고 본인의 외교 행보가 석유업계의 이해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원 인준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와 제임스 베이커 등이 트럼프에게 틸러슨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은 기업 경영인이라는 배경과 세계관이 트럼프와 잘 통했다. 인수위는 “복잡한 협상을 풀어가는 능력과 지정학적 요인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미국의 외교 사령탑 역할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국무장관에 가장 근접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 측근들의 결사반대에 부딪혀 결국 ‘다크호스’ 틸러슨에 자리를 내줬다.

텍사스 출신인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2006년 CEO가 됐다. 10년간 엑손모빌을 경영하면서 많은 외국 정상들과 인맥을 쌓았다. 특히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와 거래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2014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현지 사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되자 틸러슨은 러시아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것을 놓고 가뜩이나 논란이 들끓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친러’ 국무장관 지명을 강행함에 따라 의회와 첫 번째 대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내각 지명자 중에서 틸러슨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공화당 내부의 반대 여론도 있다. 존 매케인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이 틸러슨과 푸틴의 관계에 우려를 표명했다.

CNN은 “엑손모빌이 아닌 틸러슨 본인의 국제관계 인식은 알려진 게 없다”며 “아시아 동맹국과의 관계부터 북한 핵 문제까지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틸러슨이 엑손모빌과의 모든 관계를 끊더라도 향후 국무장관으로서 취할 조치들이 50개국에서 사업하는 엑손모빌의 이해와 연관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카네기센터의 러시아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은 “틸러슨 지명은 냉전 종식 이후 기존 미국 외교정책과의 가장 큰 단절을 의미한다”며 “트럼프와 틸러슨의 외교정책은 어떤 이념보다도 미국의 국익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게리 콘(56) 골드만삭스 사장을 임명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티브 너친 재무장관 지명자에 이은 3번째 골드만삭스 출신 고위직이다. 로스차일드 출신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까지 포함하면 월가 인사들이 트럼프 경제라인을 장악한 셈이다. 억만장자인 콘과 틸러슨의 가세로 트럼프 정부의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엄청난 갑부)’ 색채도 한층 짙어졌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