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손병호] ‘미친 개’를 맹신하는 트럼프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희한한 인선이 화제다. 반노동, 반환경 인사를 노동장관과 환경장관에 앉히는 등 파격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예상 밖의 인물은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66) 국방장관 내정자다. 문민 전통을 이어온 국방장관 자리에 직업군인 출신을 앉힌 건 70년 만의 일이다. 초강성 4성 장군 출신 매티스의 등장은 어쩌면 한반도 운명에도 큰 격랑을 가져올 수 있다.

매티스는 트럼프의 평생의 영웅인 조지 패튼(1885∼1945) 장군을 빼닮았다. 패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비롯해 2차대전 때 많은 전과를 올려 군사교범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를 다룬 영화 ‘패튼’(1970년)은 트럼프가 지금도 넋을 잃고 자주 보는 영화로 알려져 있다. 매티스 역시 걸프전(1991년), 아프가니스탄전(2001년), 이라크전(2003년)에서 중요한 전과를 올렸다. 세 전쟁 모두 개전 직후 가장 먼저 투입되는 해병대 지휘관으로 참전했다.

패튼과 매티스는 저돌적 작전과 욕설, 마초적 기질 등도 비슷하다. 매티스가 2004년 이라크에서 수니파 반군을 제압한 일은 교범에도 실린 전과지만, 불충분한 정보를 갖고 막무가내로 공격 명령을 내려 숱한 민간인이 숨졌다. 또 미군 내에서 ‘매티스 마초 어록’이 돌아다니는데, 가령 이런 말들이다. ‘미 해병대보다 더 무자비한 적(敵)이 없다는 걸 보여줘라’ ‘사람을 죽이기 쉽지 않지만 세상에는 죽일 놈들도 많다’ ‘난 패전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줄도 모른다’ ‘날 엿먹이면 전부 다 죽이겠다’ 등이다.

그런 마초적 기질을 상쇄시키는 얘기도 있다. 그는 사령관이지만 전투 때 가장 위험한 초소를 반드시 방문했다. 또 7000권의 책을 가진 독서광이다. 또 평생 독신으로 살아 ‘도 닦는 전사(warrior monk)’로도 불린다.

트럼프는 매티스를 지명하면서 ‘진짜 물건(real deal)’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고교 때 군사 아카데미에 다녔지만 실제 군에는 못 가봐 늘 아쉬워했다”면서 “10대 때부터 군인들의 절도 있는 걸음걸이, 직설 화법, 공격적 리더십을 숭배해온 트럼프한테 매티스가 딱 꽂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군 출신을 맹신하는 걸 우려한다. 대표적으로 포로를 물고문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트럼프는 “물고문보다 담배가 더 효과 있다”는 매티스의 얘길 듣고 공약을 즉석에서 폐기했다.

문제는 주변에 트럼프가 신뢰하는 군 출신이 많아 앞으로 다른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은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 참전한 장성 출신이고,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육군 장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해군 장교 출신이다.

우려의 눈빛은 한반도에도 쏠린다. 우선 트럼프의 측근들이 북한을 제거할 위협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실전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또 적은 반드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제 실전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트럼프까지 군통수권자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북한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과 같은 도발이 잦아지면 트럼프 정부가 이전 정권들처럼 지루한 외교적 협상이나 ‘무시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리 외교안보 담당자들이 앞으로 ‘트럼프 및 그 일당’과의 소통에 기존보다 몇 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인 중동 문제가 해결되면 격랑의 파도는 이내 한반도로 넘어올 것이다.

손병호 국제부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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