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지음(知音) 기사의 사진
가난에 허덕이던 프랑스의 무명화가 밀레에게 어느 날 철학자 루소가 찾아왔다. 그는 화랑에 밀레의 그림을 소개했더니 사겠다는 사람이 나섰다며 선금 300프랑을 건넸다. 생활이 어려웠던 밀레에게 300프랑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훗날 밀레가 유명해진 뒤 루소의 집을 찾아갔을 때 몇 년 전 그가 사간 그림이 거실에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에 그는 눈물을 흘렸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가 산을 떠올리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태산 같다”고 감탄했다. 백아가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종자기는 “도도한 강물의 흐름이 황하 같다”고 탄성을 질렀다. 종자기는 거문고 소리만 듣고도 백아의 마음을 읽어냈다. 그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진정한 친구를 뜻하는 지음(知音)은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백아절현(伯牙絶絃), 백아파금(伯牙破琴)도 같은 의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친구가 없다면 아무도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인들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를 그리워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대학 동창인 김정주 넥슨 대표로부터 공짜로 주식을 받아 126억원 이익을 얻은 데 대해 법원이 뇌물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진씨가 김 대표로부터 받은 제네시스 차량과 렌트비 5000만원, 여행경비 5000여만원도 우정의 선물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 지음의 관계에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정작 김 대표는 검사라서, 나중에 형사사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줬다는데. 갑부 친구나 벤츠를 정표로 턱턱 안겨주는 정인(情人)을 곁에 두지 못한 민초들만 속이 터진다.

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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