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49> 책거리 기사의 사진
추억의 책상과 책가방
책거리는 지금의 기성세대들에게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흘러간 문화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요즘이 책거리 시즌이다. 과거에 서당 혹은 동네 글방에서 책 한 권을 뗄 때마다 동무들과 기쁨을 나누고 스승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로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던 데서 유래됐다. 요즘은 책거리 문화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나름 공부를 잘하는 글방 아이의 엄마가 직접 만든 손국수를 가져와 대접하기도 했다. 책거리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고 삶이 각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문화지만, 어찌 보면 배우는 과목이 너무 많아져서 유지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며칠 전 경기도의 작은 공부방에서 조촐한 책거리 잔치가 벌어졌다. 과거에는 책거리로 국수·경단·송편 등을 먹었다지만 요즘 초등학생 책거리는 컵라면 파티가 제일 인기다. 한낮의 출출한 배를 채우기도 좋고 일단 라면을 싫어하는 아이가 없어서다. 부식으로는 양도 많고 저렴한 감귤이 나오고 가끔 솔선수범하는 엄마들 덕분에 동네 떡집에서 낱개로 파는 고급 떡이 제공된다. 본래 의미보다는 학업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픈 엄마들의 이벤트가 되었다. 대학에선 책거리 대신 종강파티로 대신한다. 학과마다 종강파티에 자존심을 걸던 시대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마저 취소되거나 삼삼오오 쪼개져 진행된다. 최고 인기 메뉴는 무한리필 삼겹살이다. 대학가엔 아직도 얇은 삼겹살에 콩나물과 김으로 양을 잔뜩 불린 철판볶음이 대표적인 책거리 메뉴다.

형편이 어려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교수님 모시기다. 앞으로도 종강파티에서 스승의 자리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책거리 같은 즐거운 축제를 제쳐두고 촛불시위로 향하는 요즘 학생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책거리 같은 좋은 학생문화가 다시 살아나면 좋으련만 올 겨울은 모두에게 너무 춥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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