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바늘 쥔 청년 전도사 ‘한땀에 복음, 한땀에 나눔’

가죽공방 ‘콘 파레’ 고지현 대표

[예수청년] 바늘 쥔 청년 전도사 ‘한땀에 복음, 한땀에 나눔’ 기사의 사진
서울 중구 인현시장에 위치한 가죽공방 ‘콘 파레’에서 지난 13일 만난 고지현씨가 직접 만든 가죽 핸드백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한 땀 한 땀 가죽에 바느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시간은 헤아릴 겨를 없이 흐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방, 지갑은 고지현(28)씨에게 삶의 동력이 된다.

처음부터 가죽공예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강단에서 설교를 하는 대신 가죽에 바늘을 꽂아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택했다.

서울 중구 인현시장, 인쇄소와 식당 등 각종 소규모 상가들이 얽혀있는 치열한 삶의 터전 위에 그의 작업실도 있다. 좁고 굽은 시장 길을 따라가다 마주한 건물의 2층 공방에서 지난 13일 그를 만났다.

그는 감리교신학대 신학과를 졸업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목사가 되기 위해 밟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어릴 때부터 목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의 영향이 컸다. 목사인 아버지는 대를 이어 목사가 될 것을 강하게 권유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목회자의 길을 가도록 염원하는 서원기도를 드렸다. “어쩌다보니 신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초반에는 적응하지 못했죠.”

그가 신학공부를 하며 모토로 삼았던 성경구절이 있다.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사 61:1)이다. “목회를 하더라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을 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재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목회자의 현실이 그를 고민하게 했다.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비는 목회자와 그 가족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목사들이 교회재정에 민감합니다.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교회의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부작용도 생기는 거죠.”

고씨는 스스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자비량 목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군 전역 후 2013년부터 취미로 삼은 가죽공예가 해결책으로 보였다. “가죽공방 일일체험을 하면서 처음 배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를 느꼈고 재능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문학원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가죽공예를 업으로 삼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아들이 일반적인 목회를 하기 바라며 반대했다. 긴 설득 끝에야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일을 하며 그는 교회 대신 일터에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단순히 돈을 쥐어주는 것보다는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술을 직접 가르쳐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우연히 미혼모들의 고충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는 그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직접 만든 사업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담당자는 “미혼모들에게 가죽공예를 가르친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판로가 취약하고, 작업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허락하기 어렵다”고 했다.

“너무 성급했죠. 의욕만 앞선다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차근차근 다시 준비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각종 박람회를 찾아다녔고, 마케팅을 공부했다. 조금씩 성과가 나오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홈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로도 개척했다. 지난여름 인현시장에 공방을 차린 것도 미혼모들이 함께 작업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공방의 이름은 ‘함께 만들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콘 파레(Con Fare)’로 정했다.

미혼모들과 작업을 하려면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도 있었다. “보통 가죽공예를 할 때는 본드를 사용해 매무새를 정리합니다. 하지만 미혼모는 어린아이와 생활하잖아요. 본드가 묻은 상태로 아이를 돌보면 해로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고씨는 본드 없이 가죽을 엮어 제품을 만드는 ‘도브테일’ 공법을 터득했다. 얼마 전 이 공법으로 특허도 취득했다.

그는 현재 주일마다 아버지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학생부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출석성도 60여명의 크지 않은 교회여서 부교역자가 많지 않다. 때로 고씨가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거나 수요예배 설교를 하기도 한다.

그는 가죽공예를 하면서 성도들의 삶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벌이가 적고 직업이 일정하지 않은 성도들도 많을 텐데 무조건 헌금을 하라고 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 같아요.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다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봉사하는 성도들도 정말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고씨의 목표는 미혼모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방 운영에도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고민 끝에 신대원 과정을 포기하기로 했다.

“우선 망하지 않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두렵기도 하지만 ‘가난한 이웃과 함께 간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할 겁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