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눈·귀 잡아끄는 허무맹랑 가짜뉴스 페북을 점령하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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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기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는 분명 축복이지만, 일부에겐 날파리 처럼 귀찮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조작된 정보는 독버섯처럼 해악을 끼칠수도 있다. PC든 스마트폰이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일상의 소소한 ‘꿀팁’부터 어려운 전문지식까지 인터넷은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내준다. 예전에는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아야만 했는데 요즘은 알아서 원하는 정보를 먼저 가져다준다. 이른바 ‘큐레이션’ 서비스의 등장이다. 정보량은 두뇌가 다 처리하지 못할 만큼 많아졌다. 그런데 정보의 양과 질이 비례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이야기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정보도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정보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독버섯처럼 번지는 가짜 정보들

지금처럼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도 거짓 정보는 있었다. 일명 ‘찌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사설 정보지처럼 미확인 정보가 버젓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파급력도 크지 않았다. SNS 시대는 상황이 다르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고, 빠른 속도로 번진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미국에서는 가짜 뉴스(fake news)가 논란에 중심에 섰다. 최근 벌어진 ‘피자게이트(pizzagate)’는 가짜 뉴스가 얼마나 심각한 일을 초래하는지 보여줬다. 피자게이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피자가게로 위장한 장소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는데 관여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일컫는 용어다. 허무맹랑하고 음모가 담긴 이야기였지만 페이스북을 타고 급속히 번지면서 피자게이트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급기야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28세 남성 에드가 웰치가 워싱턴 DC에 있는 피자가게 ‘코멧 핑 퐁’에 무장을 한 채 침입했다. 경찰에 붙잡힌 그는 피자게이트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자가게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가짜 뉴스의 파괴력은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주류 언론들은 가짜 뉴스가 트럼프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정도다.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와 같이 뜬소문이 돌았고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11월 8일까지 가짜 뉴스 공유가 870만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짜 뉴스 736만건보다 많은 것이다. 강렬한 이야기가 담긴 가짜 뉴스에 사람들이 더 끌린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정보의 상당수는 ‘게이트 키핑’, ‘팩트 체킹’ 같은 기존 언론이 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 덕분에 정보의 민주주의는 실현됐지만 정보의 신뢰성에는 중대한 위기가 온 셈이다.

검열 딜레마에 빠진 페이스북

가짜 뉴스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짜 뉴스는 정보에 대한 검증 없이 원하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이야기를 가공한다. 그럼에도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이른바 ‘확증편향’ 현상 때문이다. 인터넷 덕분에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습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 유통망으로 지목받은 페이스북은 당황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페이스북의 월활동사용자 수는 17억명에 달한다. 사용자의 게시물 중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가려낸다는 건 기술적으로 녹록치 않은 일이다.

게시물을 가려내는 건 기술적인 문제보다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면으로 상충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게시물을 올리고 공유하며 소통하는 걸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있다. 2010년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중동 일대에 민주화 운동이 확산하는데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페이스북이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이유도 자유로운 소통이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딜레마에 빠졌다. 미 대선에서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유통 채널이 됐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검열’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가짜 뉴스 검증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따가운 여론에 입장을 바꿨다. 앞서 구글도 가짜 뉴스를 차단하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구글은 검색 결과의 ‘뉴스(in the news)’에서 가짜 뉴스가 상위에 올라온다는 지적을 받자 아예 이 항목을 없애버리기로 했다. 광고 프로그램에서도 가짜 뉴스 사이트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반면 트위터는 다소 미온적이다. 트위터는 지난달 백인우월주의자의 계정을 중단시켰다가 최근 다시 복구해줬다. 트위터는 “규정을 지키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이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자유로운 소통’과 ‘열린 공간’을 포기하고 검열을 받아들일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이 중국 시장 복귀를 위해 검열 도구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직접 게시물을 검열하는 게 아니라 제3기관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완전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연결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검열 도구 개발에 불만을 품고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것과 특정 시장 진출을 위해 게시물을 검열하는 건 내용상으로 차이가 있지만 사용자의 콘텐츠에 페이스북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페이스북의 정책과는 다른 행보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검열에 나서다 사용자의 신뢰를 잃어 사용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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