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노동환경 열악… 68%가 폭언·폭행 피해 기사의 사진
흰 국화를 손에 든 알바노조 편의점모임 회원들이 15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살해당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추모하며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1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 “편의점에서 죽을 수 없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라.” 10여명의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쳤다. 손에 들고 있던 흰 국화를 건물 앞에 내려놓았다. 유리벽에는 ‘살려고 하는 알바인데 제 목숨까지 걱정해야 합니까’ ‘편의점 안전대책 본사가 책임지고 만들어라’ 등의 문구가 적힌 메모지 10여장이 붙어 있었다.

전날 경북 경산의 한 CU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모(35)씨가 14일 취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조모(51)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비닐봉지값을 요구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알바노조는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 앞에서 ‘편의점 알바 인권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은 “편의점에서의 폭행과 폭언은 늘 있던 일”이라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죽음은 갑자기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각종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이 편의점에서 일한 적이 있거나 일하고 있는 이들 368명을 상대로 지난달 9일부터 2주 동안 실태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67.9%가 편의점에서 손님이나 점주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도 9%나 됐다. 조사 대상을 여성으로만 한정하면 응답자의 20% 정도가 성폭력과 성희롱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열악한 임금 문제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43.9%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았다. 응답자의 61%는 휴일에 근무할 때 받아야 하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은 편의점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BGF리테일 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고인에게 위로의 뜻을 표한다. 유족들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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