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월가(Wall Street) 기사의 사진
월스트리트(Wall Street·월가)는 글로벌 금융의 심장부다. 뉴욕 맨해튼 남쪽 거리를 말하는 월가에는 뉴욕증권거래소와 골드만삭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모두 위치해 있다. 돈 있는 곳에 사람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 일확천금을 꿈꾸는 전 세계 꾼들이 부나방처럼 모여든다. 그래서 탐욕의 거리로 불린다. 미국인에게, 더 넓게는 시장경제 신봉자들에게 월가는 자본주의의 자존심이며 성공의 아이콘이다. 월가의 두뇌와 돈이 국제 정치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힘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월가는 불평등의 상징이다. 2011년 월가에 휘몰아친 ‘오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이면에는 불평등이 똬리 틀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낙오자는 늘었으나 이들을 보듬어줄 정치리더십은 실종됐다. 여기에 테크놀로지 발달이 어우러지면서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구호 아래 모였다. 이들은 자본과 분배의 왜곡이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1%가 99%를 쥐고 흔들었다는 것이다. 오큐파이 월스트리트는 그해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까지 상륙했다. 그러나 ‘오큐파이 여의도’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광화문 촛불시위도 엇비슷한 토양에서 생성됐다고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딱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지도 않다.

돈이 권력을 추종한 것인지, 권력이 돈을 추종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월가의 또 다른 이름은 권력의 거리다. 트럼프 행정부를 보면 입증된다.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게리 콘,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 등 골드만삭스 출신이 장악했다. ‘삭스먼트’(Goldman sachs+Goverment)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다른 수장들 역시 월가와 직간접으로 관계돼 있다.

트럼프 당선도 놀랍지만 미 증시가 월가에 비우호적이었던 그에게 긍정으로 화답한 것도 예상 밖이었다. 혹자는 ‘샤이 트럼프’ 효과라고 분석한다. 어쨌든 월가 출신의 대거 발탁은 상승세로 맞아준 증시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석하는 호사가도 있다. 월가 출신은 돈의 힘을 잘 알고, 잘 다룬다. 백악관의 냉혹한 자본주의자들,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지 두렵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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