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양치기 소년과 양 기사의 사진
“옛날 옛적, 어린 양치기 소년이 있었답니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은 다른 동화처럼 비슷한 패턴으로 시작한다. 들판에서 홀로 양을 치는 게 심심했던 소년이 심심풀이용으로 선택한 건 거짓말이었다. 동네 어른들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한달음에 들판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늑대는 없었다. 허탈한 채 돌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에 재미를 느낀 소년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어느 날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이 다시 마을로 달려가 외쳤지만 어른들은 또다시 거짓말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결국 양들은 늑대에 잡아먹혔다.

2016년 대한민국엔 양치기 소년이 너무 많았다. 장르도 정치는 물론 교육, 문화, 경제까지 다양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4차 청문회’에서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 공화국에서 호사를 누린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 줄 아느냐”며 증인들에게 물었다. 안 의원이 내놓은 답은 “거짓말쟁이”였다.

슬프게도 동화의 결론은 주인공 위주였다는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결말도 마찬가지였다. 이솝우화는 “거짓말쟁이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요, 심지어는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도”라는 메시지만 전달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희생당한 양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소년이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2016년 대한민국판 양치기 소년’도 비슷한 결말로 흐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결말을 덧붙여 보면 어떨까 싶다. 미국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통해서 말이다. “민주주의는 늑대 두 마리와 새끼 양 한 마리가 점심으로 뭘 먹을지 투표하는 것이다. 자유는 무장한 새끼 양이 그 선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17일에도 양치기 소년들의 거짓말로 늑대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대한민국의 양들은 촛불로 무장하고 광장에 나왔다.

글=서윤경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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