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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가습기 살균제’ 무책임한 대응 드러나… “기업비밀이라 몰랐다” 유엔에 답변

국민일보, OHCHR 답변서·국조특위 전문가 보고서 입수

[단독] 정부 ‘가습기 살균제’ 무책임한 대응 드러나… “기업비밀이라 몰랐다” 유엔에 답변 기사의 사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유엔의 조사 답변서에서 원인 규명이 늦어진 이유로 “제품 제조 방식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 알기 어려웠다”고 책임 회피성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사과는 소송 이후로 미뤘고, 피해자 법률 지원은 과대 포장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책임·무능력이 확인된 답변서”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19일 정부가 지난 4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제출한 공식 답변서와 국조특위에 참여한 12명의 외부 전문가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다국적기업 옥시 제품의 이상이 발견되자 유엔 OHCHR 배스컷 툰칵 유해물질 특별보고관이 지난해부터 조사에 착수했고, 우리 정부에도 공식 질문서를 보냈다. 정부는 지난 4월 툰칵 보고관에게 답변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피해 확인 지연 이유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내세웠다. 이어 “기업이 살균제 용도로 변경 사용하면서 안전성 검증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배상을 했는지 묻는 질문엔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 결과가 나오면 결정할 수 있을 것(may be taken)”이라고 답했다. 피해자 법률 지원 현황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로 참여한 김미성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살균제는 대형마트에서 15년 이상 유통됐고 많은 기업들이 제조·판매하고 있었다. 정부의 무능력·관리부실을 변명하는 것”이라고 정부 답변을 비판했다. 소송 대응 방침에 대해선 “소송 종결 시까지 전혀 과실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제도 미비 등 국가가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법률 지원 방안도 “일반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실제 국민일보 확인 결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이번 사건 법률 지원은 피해자 상담 55건, 소송대리 1건에 불과했다. 정부는 옥시 등을 상대로 한 국제 수사·소송 여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전문가 보고서에는 옥시가 2002년 11∼12월 살균제 유해성을 묻는 소비자 질문에 “원액에 살충제는 100g당 0.1%밖에 안 된다. 물에 희석하면 0.00005∼0.000033% 정도이니 안심하라”고 답하는 등 허위 답변을 일삼은 사실도 적시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피해구제 법안 처리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피해자 손해배상 및 소급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준구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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