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수의 입고 법정에 선 최순실 “내 직업은 임대업”

‘최순실 국정농단’ 첫 재판 스케치

하얀색 수의 입고 법정에 선 최순실  “내 직업은 임대업” 기사의 사진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구속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피고인석으로 걸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뇌물·강요로 구속 기소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을 ‘국정농단 사태’ 수렁에 빠뜨린 장본인 최순실(60)씨가 검찰 출석 50일 만에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417호 대법정. 하얀색 수의(囚衣)를 입은 최씨가 교도관 2명의 손에 이끌려 법정에 들어섰다. 뒤로 묶은 꽁지머리 뿌리에는 흰머리가 길게 자라있었고, 발에는 검찰 출석 당시 신었던 검은색 프라다 신발 대신 구치소 지급품인 하얀색 운동화가 신겨 있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만 그대로였다.

최씨 등장에 취재진과 일반인 방청객 150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사전에 촬영 허가를 받은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최씨는 왼손으로 입 주변을 감쌌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임대업”이라고 답변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며 반성의 제스처를 보인 최씨였지만, 변호인에게 수시로 귓속말을 하며 자신의 주장을 변호인의 입을 빌려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檢 vs 최순실 법정 공방 시작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정호성씨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와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 등 핵심 수사 인력 7명이 공판검사로 투입됐다.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자(안종범)와 한 민간인(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고 권력을 남용해 대기업에서 거액을 출연받았다”며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등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뒤흔든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수본 소속 검사 5명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주시했다.

최씨 측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의 11개 공소사실 중 8개가 박 대통령-안 수석-최씨 간 공모 범행인데, 실제 공모 관계가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나머지 혐의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태극기와 촛불로 분열되며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며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통틀어 봐도 국정 최고지도자를 범죄의 주범(主犯)으로 기소한 사례는 없는 걸로 안다”고도 했다.

이어 최씨 측은 검찰을 공격하는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를 소환하지 않아 입국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독일에 도피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검찰이 ‘국정개입’ ‘국정농단’ ‘국민적 분노’ 등의 말을 하는데, 최씨는 매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태블릿PC는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중고품 시장에서 구입했다는 같은 모델의 태블릿PC를 법정에서 꺼내 흔들기도 했다.

검찰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주장도 쏟아냈다. 이 변호사는 “기소된 피고인은 조사할 수 없음에도 검찰이 계속 최씨를 소환했다”며 “최씨가 소환을 거부하자 검찰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내 영장도 없이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만약 강압 수사를 했다면 (최씨가) 자백을 했을 것”이라며 “최씨는 계속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있는데 무슨 강압 수사냐”고 반박했다. 이어 “최씨는 지난 11월 말 소환 조사 이후 69차례에 걸쳐 변호인과 면담했다”며 “이는 하루 평균 2∼4회로, 변호인 접견권도 충분히 보장됐다”고 덧붙였다.

안종범 정호성, “대통령 지시 따랐다”

최씨와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은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 등 임원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상대방(임원)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안 전 수석이 뭔가 이상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비선실세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정 전 비서관이 ‘절대 없다’고 했다”며 “그 말을 믿고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서 연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박 대통령과 최씨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안 전 수석 측은 “안 전 수석과 공모했다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기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자백했다”며 “대통령 뜻을 받들어서 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29일 오후 2시 최씨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날 오전에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