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오바마와 트럼프의 차이 기사의 사진
지금 미국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 현직 버락 오바마와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 이슈가 발생하면 백악관의 오바마와 인수위의 트럼프가 나란히 입장을 밝힌다. 같은 사안에 대한 두 대통령의 성명은 권력의 시각을 비교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대형 트럭이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돌진해 사상자 59명이 발생했고, 터키 앙카라에서는 경찰이 러시아대사를 사살했다. 오바마와 트럼프는 각각 성명을 냈다.

오바마는 베를린 사건을 “테러로 보인다”고 표현했다. 반면 트럼프는 “끔찍한 테러”라고 단정했다. 앙카라 사건에서도 오바마는 확인되지 않은 저격 동기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트럼프는 총 쏜 경찰을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못 박았다. 오바마의 접근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으며 트럼프는 나쁘게 말하면 성급했고 좋게 보면 단호했다.

베를린에서 희생된 이들을 오바마는 “독일인”이라고 불렀다. 다섯 문장 성명에 ‘독일’이란 말이 네 차례 등장한다. 앙카라 저격에 대해서도 “러시아 국민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국가를 호칭했다. 트럼프는 베를린 사건 성명에서 ‘독일’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희생자를 말할 때 독일인 대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려고 준비하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독일 국민이 아닌 기독교인의 희생으로 본 것이다. 오바마가 “모든 형태의 테러”에 맞서 독일 러시아 터키와 협력하겠다고 밝힌 반면 트럼프는 “이슬람 테러단체는 끊임없이 크리스천을 학살한다”며 테러를 이슬람에 국한시켰다.

오바마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해 온 국제질서를 충실히 따랐다. 좁게는 국가 대 국가의 동맹 관계, 넓게는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엔을 통해 안보를 유지한다는 생각이 이번 성명에도 담겨 있다. 트럼프의 성명은 이런 오바마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나와 적을 가르는 경계가 다르고, 이슈에 대응하는 접근법도 다르다. 우리도 지금까지와 굉장히 다른 미국을 상대해야 할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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