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나홀로족, 1코노미를 일으키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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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은 ‘일(1)코노미’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1인’과 ‘이코노미’를 합친 이 신조어는 ‘혼밥(혼자 식사)’ ‘혼행(혼자 여행)’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 혼자서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트렌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혼자 소비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새로운 산업들도 생겨났다. 또 기업들은 1인 가구를 겨냥하기 위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인 가구, 소비시장 ‘큰손’ 부상

전통적으로 우리나가 가구 구조는 대가족 형태였다. 2000년 전후만 해도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4인 가구가 일반적이었다. 불과 20년도 안돼 가구 형태는 완전히 바뀌어 이제는 1, 2인 가구가 대세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1000명에서 지난해 520만5000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1911만1000가구)의 27.2%로 2인 가구(26.1%), 3인 가구(21.5%), 4인 가구(18.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평균 가구 구성원 수도 1990년 3.77명에서 2015년 2.53명으로 1.24명 감소했다. 반면 4인 가구는 1995년 31.7%에서 지난해 18.8%까지 급감했다. 저출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1인 가구 비중이 급속히 높아졌다.

1인 가구 등장은 단순히 가구 구성원 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소비 형태가 달라지면서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 등도 변했다.

1인 가구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외롭다’는 성향은 오히려 마케팅 접점으로 부상했다. 산업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광고에서부터 변화가 나타난다. 롯데리아가 최근 제작한 클래식 버거 광고에서는 ‘혼자서도 잘 먹지’라는 문구가 나온다. 삼성카드 광고에서는 개그맨 양세형이 혼자 노는 모습을 보여주며 1인 가구를 노린 장면들을 부각시킨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1인 가구가 그저 외롭고 처량한 존재였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트렌드로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에서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1인 가구 시대에 가장 떠오르는 업계는 편의점이다. 대형마트가 대용량 상품과 보너스 상품 등을 앞세워 유통업계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간편식 등을 내세운 편의점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22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한 9조132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매출은 2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충 끼니를 때우는 대신 건강식으로 요리를 해 먹으며 1인 생활을 즐기는 가구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는 이들을 겨냥한 간편식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통해 가정간편식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혼자서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사골곰탕, 두부김치찌개 등을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유명 셰프의 요리를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고가 프리미엄 간편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건설업계도 소·중형 오피스텔 분양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국세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주요 거주 유형인 오피스텔은 101만5589호를 기록해 100만호를 돌파했다. 일부 건설사는 오피스텔에 호텔식 서비스를 접목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은 전 세대 발레파킹 서비스와 호텔식 식사를 제공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업들이 1인 가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구 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들의 소비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4년 ‘가구별 소비성향’을 살펴보면 1인 가구 소비성향은 80.5%로 전체 평균(73.6%)보다 높았다.

1인당 소비 규모 역시 1인 가구가 92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16조원에 불과했던 1인 가구 소비액은 지난해 86조원 규모로 6배 이상 급증했다. 2030년에는 19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트렌드코리아 2017’ 저서에서 내년 트렌드로 ‘일코노미’ 개념을 소개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이들은 취미나 여가생활 등 자신이 원하는 가치에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하기’ 열풍… 새 트렌드로

잡코리아가 지난 21일 성인 남녀 1884명을 대상으로 ‘나홀로족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96.4%가 ‘혼자 무언가를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4%는 ‘혼자 밥 먹어봤다’고 답했으며, 혼자 영화보기를 해본 이들도 각각 73.4%에 달했다.

이들은 왜 혼자하기에 열중할까. 전체의 40.6%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음식·공연·여행 등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19.7%), 혼자 무엇을 할 때 진정한 힐링이 된다(19.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혼자 놀기의 단계’를 살펴보면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을 넘어 ‘혼영’ ‘혼행’이 상위 단계에 들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혼자서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식사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배려들도 눈에 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혼영족을 위해 6개관의 5열 전체를 싱글석으로 만들었고 CGV는 예매권, 팝콘·콜라 등으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싱글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CGV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전체 관객 중 7.2%에 불과했던 혼영족 비율은 2014년 8.3%, 2015년 9.8% 2016년 상반기에는 11.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의 70%는 20, 30대였다.

혼행족도 급증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권이나 여행 상품을 1인용으로 구매한 ‘혼행족’은 20만6000명으로 2011년 4만6000명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몰 지구(G9) 설문조사에서도 58%가 ‘혼자 해외여행을 가본 적 있다’고 답했다. 한 회사는 1인 사우나와 조식 뷔페을 즐길 수는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사람 대신 반려동물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분의 1이 넘는 21.8%(약 1000만 명)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 수와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동물 시장이 지난해 1조8100억원에서 2020년 6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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