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계란 절벽 기사의 사진
‘시골 오일장에 내다 팔아 가족의 필수품 사오곤 했던 계란/ 닭장 안 암탉 소리 울면 할무이 어김없이 꺼내 오라는 닭의 알/ 다시 씨암탉이 돼 낳은 닭의 알/ 장바구니 속 꼭 하나만 바늘구멍 내 흰 살 약간 양심적으로 빨다 가슴 두근두근 노른자 출렁출렁하니/ 조심스럽게 쭉-쭈우욱 힘겹게 흡입한 닭의 알∼.’ 시인 유희봉은 ‘계란의 반란’에서 계란을 이렇게 읊었다. 그만큼 계란은 서민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다. 서민의 벗이라고나 할까.

우리 역사에서도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난생(卵生)설화가 나올 정도다. 경주 천마총에선 계란이 30개 들어 있는 토기가 출토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계란을 이용한 요리법이 여러 문헌에 나와 있다. ‘시의전서’에는 수란(水卵) 팽란(烹卵) 등의 설명이 나오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과 ‘주방문’에는 달걀을 풀어 대나무 통에 채워서 구운 난숙(卵熟) 요리법이 적혀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영양분을 고루 갖춘 계란을 즐겨 찾았다.

서민의 대표적인 음식인 계란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알 낳는 닭) 5마리 중 1마리꼴(21.9%)로 도살 처분되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30알 한 판의 소비자가격은 21일 기준 6866원이다. AI가 발생하기 전보다 21% 올랐다. 급기야 항공기 수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캐나다를 기준으로 해도 한 판에 1만7000원에 달해 이마저 여의치 않다. 제빵계는 이달이 지나면 ‘계란 절벽’이 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병아리가 닭이 돼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기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대란은 내년 6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AI 방역의 총체적 실패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이 보고 있는 셈이다. 계란 하나도 마음 놓고 살 수도 먹을 수도 없게 된 이 현실이 개탄스럽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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