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AI와 달걀 기사의 사진
양계장. 위키피디아
올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이 일파만파다. 피해 규모는 2년 전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196일간의 살처분 규모(1400만 마리)를 넘어 2000만 마리나 된다. 산란계의 감소로 달걀 값이 치솟아 AI 발생 한 달 만에 소매가는 20% 넘게 올랐고 공급량도 부족해 제한 판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보도다.

올해 우리나라 양계업과 서민 살림살이를 강타한 AI는 ‘A형 고병원성 N5N6형’이다. 이름을 이해하면 이 바이러스가 어떤 병원체인지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알파벳 H와 N은 각각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의 첫 글자로 바이러스 외각에 있는 당단백질의 종류를 의미한다. 숫자는 발견된 순서로 붙여진 것이다.

주목할 것은 ‘A형 고병원성’이라는 명칭이다. 독감을 유발하는 원인체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A형은 변이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종류에 붙여진다. ‘고병원성’이란 전염 속도가 빠르고 질병 치사율이 높은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하고,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약병원성 및 비병원성’과 달리 사람에게도 위험한 특성을 지닌다. 결국 올해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와 연관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고 높은 치사율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고, 비록 사람 간 전염성은 낮으나 변이가 빠르게 나타나 장래에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바이러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4년 중국에서 발생한 N5H6에 16명이 감염된 바 있고 그중 10명이 사망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원인을 철새에 전가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 매년 또는 격년으로 발생하는 이 병원체가 토착화했을 가능성이 있고, 과도한 밀도로 운영되는 ‘공장식 밀집 양계 방식’은 생태학적으로 집단 폐사에 이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적 방법은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백신 사용을 주저한다. 백신을 사용하는 순간 청정국 지위를 상실하고, 이는 가금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출경제, 국민 안전과 서민 살림, 무엇이 먼저인가?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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