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열정의 젊은이들… 해외서 ‘길’을 찾다 기사의 사진
공정여행 프로그램 직접 운영 고두환씨(왼쪽 두 번째)가 2013년 부탄에서 공정여행 참가자,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한 건물 벽에 걸터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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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과 고용 절벽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이 있다. 해외에서 접한 공정여행을 국내에서 직접 실험하거나 재난 대응 전문 국제기구에서 경험을 쌓는 이들을 만났다. 해외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는 청년도 있었다.

고두환(33)씨는 대학교 4학년이던 2008년 돌연 학업을 중단했다.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 해외 봉사활동과 배낭여행을 하다가 새로운 형태의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행에도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여행자가 편안한 휴식과 유흥을 즐길수록 여행지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크고 작은 피해가 가는 경우도 있었다.

현지인을 배려하는 여행은 없을까. 고씨는 1년 정도 준비한 끝에 2009년 ‘공감만세’라는 사회적기업을 직접 세웠다. 일종의 대안 여행인 공정여행으로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직접 기획해보고 싶었다.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고씨는 주로 현지 사람들이나 조직과 공동으로 협동조합을 세워 현지 사람들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을 운영하고 지역 공동체와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다.

반응은 좋았다. 새로운 형태의 여행에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청소년들은 필리핀에서 2주 정도 주민들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가난한 나라에 대한 편견을 극복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들도 일본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에 가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그 지역을 직접 살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씨는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여행을 통해 여행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바꿔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정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박선하(28·여)씨는 재난 대응 전문 국제기구인 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에이팟)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일본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6개 나라에서 아시아 전역의 재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2014년 9월부터 한국 사무소에서 일하던 박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 사무국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국제 심포지엄이나 재난 대응 활동 등을 지원하고 긴급 상황에는 현장에도 투입된다.

주변 친구들은 박씨에게 부럽다고 말하지만 박씨는 스스로를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획일적인 교육과 활동 위주인 한국사회에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방학 때마다 동남아를 배낭여행하다 태국의 가뭄 피해 지역을 보고 관련 단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에이팟의 활동을 번역하는 일을 맡았다가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박씨의 꿈은 소박하다. 그는 “내 밥벌이가 남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은 채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재밌고 신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정(25·여)씨는 최근 자신이 2년 전 설립한 한국어 교육단체 서울아모를 기업화하는 준비에 들어갔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적정 가격에 한국어 수업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김씨는 20살까지는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부지런히 외국 땅을 밟았다. 경비는 장학금 등을 신청해 대부분 스스로 마련했다. 멕시코 여행이 하고 싶어서 무작정 여행자보험 회사에 세계여행 장학금을 신청했고, A4 용지 100장에 가까운 여행 리포트를 제출해 장학금 수혜자 3명에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멕시코에서 김씨는 서울아모를 세웠다. 아모는 스페인어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한국어 교습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벌어보자는 의도였다.

유튜브로 수업 홍보를 하자 무려 500명 이상이 연락해 왔다. 멕시코에서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국가기관이 딱 2곳이었다. 김씨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화상전화로도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료는 소득 수준을 고려해 개인이 낼 수 있는 만큼만 받았다.

김씨의 최종 목표는 개발도상국 여성의 사회 참여를 위해 힘쓰는 것이다. 서울아모도 그 일환이다. 김씨는 “서울아모에서 저소득층 여성들이 외국어 공부로 자신감을 찾는 모습을 보고 교육이 큰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 그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판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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