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11명 깜깜이 대결… 막판까지 ‘헤쳐 모여’ 기사의 사진
2017년 대선은 느닷없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언제 치러질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떤 정당이 후보를 낼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여권과 야권에서 '잠룡'으로 부르는 인물만 11명, 후보를 내겠다고 벼르는 정당도 이미 4곳(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이 넘는다. 역대 대선캠프에서 전략과 정책을 담당했던 '작전참모'들마저 19대 대선처럼 '깜깜이' 선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는 1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이강래 전 민주당 원내대표,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등 여야 책사 4명에게 올해 대선 전망을 물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1000만 촛불에 담긴 시대정신과 개헌, '빅뱅' 수준의 정치권 분열과 제3지대 및 연대 등을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과거 청산

여권과 야권 모두 구태 청산을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보수 적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여권의 최대 숙제는 ‘가짜 보수’를 가리는 일이다. 개혁보수신당은 친박(친박근혜)계 사당화(私黨化)를 비판하며 새로운 보수 탄생을,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를 통한 인적쇄신과 보수개혁을 핵심 과업으로 삼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국가는 공공성을 핵심가치로 하는 공동체인데 집권 여당이 공익을 빙자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과거를 사죄하고 공공성을 회복하느냐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성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야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윤 전 장관은 “야권은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세는 아니었다”며 “야당이 지닌 고질적인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책임감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수권 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보여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전

윤 전 장관은 이번 대선이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라는 국민의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대권주자들이 변화의 필요성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의 당면과제인 불평등 해소, 재벌 중심의 성장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 등에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 왔던 정치·사회 시스템은 더 이상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게 판명났다. 여기에 3, 4차 산업혁명이 혼합혁명처럼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며 “전환의 시대에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드느냐의 비전을 제시하는 주자가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

정치권에서 개헌은 이미 ‘굴러가는 사안’이 됐다. 개헌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이미 개헌 필요성 자체는 인정한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야권 주자들은 결선투표제 도입까지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분권과 협치’가 대선 국면에서 시대정신으로서 대두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1987년 체제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관료독점 체제’ ‘정부와 재벌 간 유착관계를 통한 지배구조’ ‘기득권 혁파’ 등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대안 차원에서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

여권과 야권이 각각 분화되면서 세력 간 연대는 정계 개편의 최대 변수다. 야권에서는 선두주자인 민주당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반문 연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권에서는 개혁보수신당에 참여한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중도·보수 ‘빅텐트’론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은 분노의 정치냐 포용의 정치냐를 가르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단독세력이냐 협치를 위한 공동세력이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 “여러 복합 위기가 우리나라에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며 “연합세력이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나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을 공개하고, 공동정권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직과 캠프

조기대선은 사실상 촛불혁명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이념, 세대, 지역을 초월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출했고, 정치권을 견인해 왔다.

문제는 검증이다. 헌법재판소 탄핵결정 이후 선거기간은 60일에 불과하다. 이강래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 정당이 2개월 내에 후보를 뽑고 본선을 치러야 하는데 TV토론 몇 번하다 대선이 끝나버릴 것”이라며 “이번 대선은 각 조직과 캠프가 어떤 역량을 지녔느냐, 얼마나 더 많은 준비를 해 왔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세대와 이념 변수에 촛불민심이 결합됐다”며 “촛불이 대선까지 계속될 경우 보수세력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준비를 안정적으로 해 온 야권 주자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자구도

여권이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으로 나뉘면서 정치권은 4당 체제를 경험하게 됐다. 특정 정당으로 힘이 쏠리기 어려운 정치지형이 형성되면서 정책이나 현안별로 정당 간 뭉치고 흩어지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원내대표는 대선 역시 ‘다자구도’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간 1대 1 맞대결은 펼쳐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 전 원내대표는 “유력 주자를 지닌 민주당은 단일 후보로 가겠지만 여권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 깃발을 고수하려는 쪽과 단절하려는 쪽으로 나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 등을 고리로 국민의당까지 제3지대에 묶인다면 4자 구도나 3자 구도로 정치권이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기문과 충청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만간 귀국한다. 반 총장은 민주당 문 전 대표와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며 초박빙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의 문 전 대표와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보수층은 그를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편입하지 않고 제3지대에 둥지를 틀어 세를 규합할 경우 정계개편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그는 대선 캐스팅보터였던 충청권 주자이기도 하다.

관건은 그의 지지율이다. 민주당은 반 전 총장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지지율 고공 행진이 끝날 경우 ‘조직’이 약한 반 전 총장으로서는 중도·보수의 특정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전 열린우리당 염동연 사무총장은 “선거기간은 짧은데 보수 텃밭은 척박하게 바뀌면서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는 이미 깨져버렸다”며 “결국 반 전 총장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두루 껴안으려 할 테고, 그 실험의 성패가 대선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웅빈 백상진 기자 imung@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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