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母情과 자녀 교육열 기사의 사진
1974년 1월 28일 경북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본 몇몇 학생이 대구의 매일신문사 편집국에 왔다. 이들은 “4개의 사지선다형 답 가운데 정답과 오답의 번호 모양이 차이가 있다”며 부정시험 의혹을 제보했다. 매일신문사는 확인 취재한 후 다음 날 대문짝만하게 기사화했고, 이후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 관련자 12명이 구속됐다. 아들을 명문고에 보내려 했던 극성 엄마들이 인쇄업자 등을 돈으로 매수해 벌인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해 2월 5일 사상 초유의 경북고 재입시가 치러졌으며 며칠 뒤 당시 경북도교육감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릇된 모정이 빚은 비극이었다. 그때 두 번의 시험을 치고 경북고에 들어간 이들은 현재 만 58세인 경북고 58회들이다. 경북고 입시 마지막 기수다.

자녀의 명문학교 진학을 위한 엄마들의 과도한 열망은 진작 사회문제가 됐다. 66년에는 언론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치맛바람 자숙운동’ 캠페인이 펼쳐졌다. 그 이듬해에는 ‘치맛바람’이란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64년 12월 경기중학교 입시 과정에서의 ‘무즙’ 파동은 대한민국 엄마의 교육열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였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무즙’이 오답 처리된데 항의, 소송을 한 엄마들은 무즙으로 직접 엿을 만들어 재판부에 제출했고 결국 승소했다. ‘엿 먹어라’는 비속어가 이때부터 쓰였다는 말이 있다.

검찰의 칼날과 국민들의 분노에도 끄떡없던 ‘멘탈 갑’ 최순실이 무너졌다. 26일 서울구치소 현장 청문회 때 국회의원들이 딸 정유라를 언급하자 눈물을 보였다. 이화여대 부정입학 언급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입학했다”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항변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조종한 막강한 권력실세도 딸의 교육에 관한 한 ‘엄마’였다. 이 땅 수많은 엄마들의 억장은 다시 한 번 무너졌을 것 같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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