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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현우] 4당 체제, 수권 역량 보여라

“집권하면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청사진 내놓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기회로 삼아야”

[시사풍향계-이현우] 4당 체제, 수권 역량 보여라 기사의 사진
지난 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29명의 의원들이 국회에서 네 번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현역 의원 가운데는 서청원(8선) 이해찬(7선) 의원만이 26년 전 4당 체제를 경험했을 뿐이다. 이제 국회선진화법과 더불어 합의제 원칙을 바탕으로 정당 간 협력과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 외형적으로는 4당 체제이지만 각 당의 내부 갈등을 감안하면 새해 정국을 점치기 힘들다.

새로 창당된 개혁보수신당(가칭)에서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 사이에 시각차가 존재한다. 새누리당도 근본적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개혁 조치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친문과 반문의 갈등은 언제든 노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역시 얼굴마담 격인 안철수 의원과 박지원 원내대표 간 갈등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내년 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대권에 도전하면서 신당을 창당한다면 정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경제 위기를 수습할 입법 조치가 시급하지만 국회는 비리 청문회와 대통령의 실정, 무능을 파헤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석 분포나 정국 구도로 볼 때 국회의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왔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새누리당 의원 중 또 한 번의 탈당이 있을 예정이다.

어느 정당도 압도적 의석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정당 연합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개혁보수신당이 기껏 탈당을 해놓고 다시 새누리당과 손잡기는 쉽지 않다. 개혁보수라는 공동 목표를 놓고 경쟁하면서 정책 연합을 하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국회 내 위상이 높아졌지만 지속적인 정책 연합의 파트너를 찾는 게 용이하지 않다. 개혁보수신당과 연대한다면 박근혜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될까 우려되고, 국민의당과는 대선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 장애가 많다. 국민의당 역시 쉽사리 민주당과의 연합에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다. 호남 지역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제2야당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개혁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이 연합한다 해도 합한 의석수가 100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입법을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금의 정치는 모든 정치권에 위기다. 어느 정당이나 계파에 유리하지 않다. 1000만명 가까운 국민이 참가한 촛불집회와 엄청난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인들의 지지도가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성남시장 등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늘었다. 이번 비리 사건을 통해 기성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것이며 기성 정치를 마땅한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차기 대선이 끝나면 여당이 정해지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정당들은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 사이에 지속적인 연합은 불가능하다. 사안별로 정당 간 협력과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 대선 전까지 정당들은 자신들이 수권정당이 되면 어떻게 할지를 보여주는 쇼케이스로 생각하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양보와 타협을 전제로 하는 정책 연합의 구조 속에서 옹고집을 부리는 정당에 국민은 표를 줄 마음이 없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힘든 고통을 느끼는 국민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을 찾고 있다. 국민들은 개인에게 의존하는 정치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정치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국회가 파행과 공전의 과거를 답습한다면 정치권 전체의 공멸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의 정상화가 국회로부터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이현우(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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