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엠앤티, CEO 열정+기술력… 불황에도 꽃피우다 기사의 사진
지난해 12월 26일 경남 고성군 삼강엠앤티 고성공장에서 김말곤 생산운영팀장이 제작 중인 메가블록(선체조각)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불황이지만 삼강엠앤티는 최근 이란에서 대규모 수주를 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아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고성=이병주 기자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경남 고성군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창 밖 풍경은 적막했다. 하지만 동해면 해안가에 위치한 해양플랜트 및 강관 제조 업체인 삼강엠앤티 공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탕탕탕’ ‘윙’ 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궂은 날씨에도 형광색 우비와 파란색·노란색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공장 내부에서는 100여명의 직원들이 용접을 하며 커다란 파이프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외부에서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에서 도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김말곤(51) 생산운영팀장은 “물품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직원 60∼70%가 출근한다”고 말했다.

완성품을 싣기 위한 선박도 공장 근처에 정박해 있었다. 이날은 비가 온 탓에 선적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물류담당 조용성(43) 차장은 BBC 에메랄드호 근처에서 물품을 꼼꼼히 확인했다. 조 차장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출근했다”며 “업계가 힘든 걸 고려하면 일은 고되지만 바쁜 게 좋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한파’에 시달렸다.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수주 실적은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회사는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하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나 삼강엠앤티에선 불황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는 지난 9월 이란 최대 국영 조선소인 ‘이소이코’와 4450억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1000t급 골리앗 크레인 공급 등 설비 제작과 야드 조성 프로젝트를 3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계약금액은 지난해 매출액 1923억원의 배에 달한다.

삼강엠앤티 송무석(60) 회장은 올 초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풀리자마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란 진출에 공들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6월 이소이코 조선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송 회장이 테헤란에 사무소를 개설, 엔지니어들을 상주시키고 회장도 매달 절반은 이란에서 보내며 발주처와 미팅을 진행한 끝에 수주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도 수주의 배경이 됐다. 송 회장은 2000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후육강관을 통해 조선업계에 발을 들였다. 제품은 석유·천연가스, 시추·저장시설 등 해양플랜트와 조선업계에 쓰이는 산업용 파이프다. 과거엔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이었지만 8000t급 프레스 설비를 자체 개발하면서 국내 최초로 경남 밀양에 전용 공장도 세워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지금도 회사의 큰 수익원이다.

2010년부터는 해양플랜트 기술에 눈을 돌렸다. 2014년부터 해외 수주를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호주 인펙스(Inpex)에 4500t 규모의 해양플랜트 모듈을 최단 기간 내 제작해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가스 속에 있는 수분을 제거하는 해양 설비다. 13∼14개월 걸리던 작업을 10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한국기록원(KRI)으로부터 ‘부유식 생산저장설비 상부(FPSO Top-side) 모듈 최단 기간 제작’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란의 오일가스 업체와 5억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했고, 러시아 선박·해양플랜트 회사인 스드베르프 DV와 5년간 5억 달러 규모의 수주 MOU도 체결했다. 지난 9일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118억원 규모의 LNG 블록 제작 공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회사는 올해 무역의 날 7000만불수출탑을 수상했고, 송 회장은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2020년 매출 6000억원, 수주 8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 회장은 “조선해양산업이 참 어려운 시기에 봉착해 있지만 직원들과 함께 위기를 반드시 헤쳐나가 조선해양 분야의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성=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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