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자르고 조이고… 선교지 보낼 악기가 ‘뚝딱’

악기 만들어 사역 돕는 목공인 박준형씨

[예수청년] 자르고 조이고… 선교지 보낼 악기가 ‘뚝딱’ 기사의 사진
목공인 박준형씨가 지난 23일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장연공방에서 해외 선교지 예배사역을 위한 악기 ‘마칭까혼’을 만들고 있다.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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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장연공방. 25평(82.6㎡)의 작업장은 나무 냄새로 가득했다. 박준형(26·서울 궁정교회)씨는 미리 재단한 자작나무와 오동나무 재료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무모서리를 잡고 드릴을 사용해 나사를 조이니 작은 타악기가 만들어졌다. 가로·세로 20㎝, 높이 25㎝로 된 직육면체 모양의 '마칭까혼'이라는 악기다.

페루의 타악기인 까혼은 스페인어로 '상자'란 뜻을 갖고 있다. 젬베와 함께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에서 자주 사용되는 악기 중 하나다. 바닥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어쿠스틱한 소리가 밖으로 잘 퍼진다. '마칭'이라는 이름은 서서 이동하는 악단인 '마칭밴드'에서 따왔다. 박씨는 왜 이 악기를 만들고 있을까.

공방에서 가구를 제작하는 박씨가 까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한 오디션 방송프로그램에서다. 농촌 아이들이 까혼으로 연주하는 장면을 보고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까혼을 작게 만들면 휴대하기 편하고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교회 찬양팀에서 사용한다면 드럼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다.’

박씨는 지난해 마칭까혼을 직접 만들었다. 기존 까혼의 3분의 2 정도 되는 크기에 무게도 약 1㎏으로 만드니 휴대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10년 동안 기타를 친 박씨는 모교회인 궁정교회 찬양팀에서 마칭까혼으로 연주를 했다. 성도들의 반응은 좋았다.

“큰 교회가 아니면 드럼이라는 악기는 부담스럽고 연주할 사람도 별로 없죠. 궁정교회도 그런 교회 중 하나였어요. 작은 교회에서 마칭까혼으로 연주하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무엇보다 풍성한 찬양 시간을 가질 수 있죠. 마칭까혼은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지난 23일 만난 박준형씨는 쑥스러운 말투로 마칭까혼의 장점을 소개했다. 하얀 피부에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박씨는 영락없는 ‘교회오빠’였다.

최근 ‘마칭까혼 프로젝트’를 시작한 박씨는 선교지에 악기를 보내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몇 달 전 박씨로부터 악기를 선물 받은 선교사들이 해외 선교 현장에서 악기가 선교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은 마칭까혼을 능숙하게 다루며 노래를 신명나게 부른다. 인도의 한 선교단체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는 캠퍼스에서 마칭까혼 때문에 학생들과 친해졌다. 박씨는 선교사들의 이 같은 반응을 듣고 이 프로젝트를 결심했다. 내년에 카메룬 짐바브웨 콩고 라오스 등 5개국에 단기선교여행을 떠나는 한국대학생선교회 해외선교팀과 음악선교부를 통해 악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션펀드(missionfund.org)에서 ‘선교지 예배사역을 위한 악기보내기’라는 이름으로 모금을 하고 있다.

2013년 상명대 가구조형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듬해 아는 목회자의 교회가 재개발 때문에 임시 처소로 옮기게 됐다. 목회자는 그에게 강대상의 디자인을 요청했다. 디자인을 하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공방을 알게 돼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강대상을 제작했다. 이 일을 계기로 주변의 목회자들이 강대상, 십자가 등 성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우연히 가구 제작의 길을 걷게 된 박씨는 이 같은 과정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주님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잖아요. 저의 경우 일하는 것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 분명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성스럽게 만든 성물을 교회에서 잘 쓰신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작업할 때 거룩한 부담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박씨는 출애굽기 36장에 나온 인물 브살렐과 오홀리압이라는 인물이 하나님의 지혜와 총명을 받아 성소에 필요한 것을 만들었다는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한다.

모태신앙인 박씨는 평소 묵상한 성경 내용을 캘리그래피나 그림으로 그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화가를 꿈꿨던 그는 그림을 놓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성경말씀을 예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예수님은 공생애 사역을 하시기 전 목수로 일하셨어요. 성경은 예수님이 일을 얼마나 잘하셨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문가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 나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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