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새해와 뫼비우스의 띠 기사의 사진
뫼비우스의 띠. 위키미디어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해가 저문다. 오늘 노을을 펼치며 서산을 넘는 해와 내일 동녘서 떠오르는 태양이 동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날 솟는 해는 별개의 것인 양 우리 삶을 투영한다. 새해는 작년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1년이라는 기간은 365개의 하루라는 점들로 이루어진 선과 같다. 모든 이에게 1년이라는 선의 길이는 같아도 각각의 점들이 지닌 질적, 양적 의미는 개인적으로 다르다.

수학에서 점으로 구성된 선과 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연구하는 분야를 기하학이라 한다. 이 중 길이나 크기 등의 양적 관계를 무시하고 도형을 구성하는 점의 연속적 위치 관계에만 착안하는 영역이 현대수학을 대표하는 위상기하학이다. 이 분야에서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가 ‘뫼비우스의 띠’이다. 이는 독일의 천문수학자인 뫼비우스가 기하학 연구에서 남긴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뫼비우스 띠는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으로 좁고 긴 직사각형 종이를 180도 꼬아서 양끝을 연결하여 만들어지는 원형 곡면체를 말한다. 경계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안팎이 구별되지 않는 성질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뫼비우스의 띠는 표리일체의 띠이다. 꼬지 않고 붙여 만든 동그란 띠는 곡면의 가운데를 자르면 두 개의 띠로 분리되지만, 같은 방법으로 뫼비우스 띠를 자르면 분리되지 않고 2배 크기의 또 다른 하나의 띠가 만들어진다.

살아가며 자식들에게 언행은 일치되어야 하고 표리부동하면 안 된다 늘 이르지만, 정작 그리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1년이라는 선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우리 삶 가운데 얼마만큼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표리일체의 시간으로 평가될까. 인생기하학적으로 이를 계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변할까.

생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 역시 삶의 일부이기에 우리 인생 역시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띠와 같다 할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인생은 표리부동한 삶보다 가치 있음이 인정되고 이를 존경하는 사회여야 한다. 이런 세상은 각자의 실천으로 만들어진다. 표리일체한 인생의 띠를 만들기 위해 새해엔 값진 365개의 점들을 찍고 올곧은 하나의 굵은 선을 그리자.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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