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박재찬] 세밑, 종로 5가에서 기사의 사진
정치부 기자들의 주된 일터가 여의도라면 교계 기자들은 종로 5가를 많이 찾는다. 뭉뚱그려 ‘5가’로 통칭되는데, 대표적인 장소가 한국기독교회관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이다. 이곳에만 개신교 유관단체가 100곳 가까이 입주해 있다. ‘한국교회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세미나와 포럼, 기자회견, 교계 인사 이·취임식, 집회 같은 각종 행사가 연중 내내 이어진다. 취재원인 목회자와 교계 인사들의 왕래 또한 잦다보니 교계 언론이 늘 상주하는 곳이다.

지난주였다. 5가 사람들에게 어리둥절한 뉴스가 전해졌다. ‘개신교, 종교인구 1위… 967만6000명’. 10년 만에 발표된 통계청의 2015 인구센서스 ‘종교인구’ 집계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지난 10년 동안 개신교만 120만명 가까운 신자가 늘었다. 불교와 천주교는 각각 300만명, 115만명 정도 줄었다.

2005년 종교인구 통계 이후 5가에서 열렸던 수많은 포럼과 세미나에서는 개신교인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전망이 대세였다. 수시로 터지는 교계 단체와 인사들의 각종 비위와 추문 등은 주요 근거로 제시되곤 했다. 지난 가을 주요 교단들의 정기 총회에서는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재적 교인 통계치를 발표하면서 올해 통계청 조사에선 과연 교인 수 낙폭이 얼마나 될지가 큰 관심사였다.

‘탈진실(Post-truth)’.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2016년 ‘세계의 단어’다.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을 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이 단어 사용이 급증했다고 한다.

통계청의 종교인구 발표 이후 문득 이 단어가 떠올랐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일반인이나 크리스천, 기독 학자들 사이에서도 통계청 발표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면에는 ‘개신교가 지금 얼마나 많은 욕을 먹고 있는데 교인 증가가 말이 되느냐’ 같은 불편한 감정이 엿보인다. 1000만명이나 되는 표본 조사로 신뢰도에는 손색이 없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이 결과가 정말 맞을까’ 하는 물음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그럴 만도 한 게 10년 전 종교인구 통계에서는 개신교만 빼고 불교와 천주교 신자가 모두 늘었다. 특히 200만명 넘게 증가한 천주교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후 기독 서점에서는 ‘천주교는 왜 성장하는가’ 같은 유의 책까지 나온 터였다. 이 같은 상황이 10년 만에 뒤집혔으니 ‘대략난감’일 수밖에. 일부 학자들은 조만간 이번 통계치를 놓고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까지 준비 중이다.

‘종교적 열성’. 개신교인의 특징을 설명할 때 종교사회학자들 사이에서 주로 언급되는 용어다. 이들 학자에 따르면 불교나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1년에 절과 성당을 찾는 횟수가 세 차례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개신교인 중 85%는 매주 교회를 찾는다. 주일 예배뿐인가. 매일 새벽기도에 수요·금요 철야예배와 구역 예배까지 합하면 예배와 기도가 일상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통계치는 이런 신앙적 열정이 지난 10년 동안 한사람 한사람을 크리스천으로 세우고 지탱하면서 차근차근 키워낸 열매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해석에 마음이 쏠린다.

할머니 어디 가요? 예배당 간다 / 근데 왜 울면서 가요? 울려고 간다 / 왜 예배당 가서 울어요? 울 데가 없다(안도현 잡문, 김환영의 동시 ‘울 곳’)

‘울 곳이 되어주는 교회’가 한국교회의 힘이다. 그 교회를 묵묵히 지키고 섬기고 있는 전국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한국교회의 희망이다. 새해에는 종로 5가에서 반경을 넓혀 방방곡곡 울 곳이 되어주는 교회들 이야기를 많이 전해야겠다. 세밑에 드는 생각이다.

박재찬 종교기획부 차장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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