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中당국, 영화 평점 개입했다 “앗 뜨거” 기사의 사진
연말 중국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만든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평이 안 좋다는 점입니다.

현재 중국 박스오피스 1위는 중국 대표 감독 장이머우와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만리장성(長城)’입니다. 29일 현재 8억8800만 위안(1516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장이머우는 죽었다’는 평가와 함께 유명 영화사이트 더우반에서 별점은 2개 반(평점 4.9)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흥행 기록 2위와 3위인 청룽 주연의 ‘철도비호(鐵道飛虎)’와 왕자웨이 감독의 ‘파도인(擺渡人)’도 혹평 속에 평점은 4.7과 3.8에 불과합니다.

답답했던지 당국이 나섰습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발행하는 중국영화신문은 해커들이 평점을 조작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일부 블로거들이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평가를 하며 국산 영화의 생태계를 손상시켰다”고 비난합니다. 동시에 광전총국 영화 담당자가 영화 사이트 관계자들을 만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광전총국은 부인했지만 소문 이후 영화 티켓 판매사이트 마오옌에서 전문가 평점이 사라지자 네티즌들은 심증을 굳히고 있습니다.

당국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국산 영화산업이 부진한 게 낮은 평점 탓이라면 팬들이 중국 축구국가대표팀을 망치고 있다는 말이냐”고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당국의 개입 소식에 이들 영화의 관객 평점은 전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이제 중국의 대중은 장난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 정부는 과거의 틀을 버리지 못하고 그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보다 못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지난 28일 논평을 통해 점잖게 꾸짖었습니다. “중국 영화도 악평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하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팬들의 권리”라고 말입니다.

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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