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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윤경숙 <8> 꿈을 잃었던 아이들, 모두 주님의 아픈 손가락

방황 속에 상처 받은 학생들 조리사관학교에서 반전의 삶

[역경의 열매] 윤경숙 <8> 꿈을 잃었던 아이들, 모두 주님의 아픈 손가락 기사의 사진
한국조리사관학교 이사장 윤경숙 권사가 수료식에 참가한 학생을 안아주고 있다.
한국조리사관학교에는 주님의 아픈 손가락인 학생들이 아주 많다. 고3학생으로 위탁교육을 온 P양은 20년 베테랑 교사들도 경직되게 만들었다. 분칠한 듯한 화장을 하고 세상을 향한 분노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미리 본교 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는 들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상담은 할 만큼 했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우리는 많이 안아주고 기도해줬다.

그러자 본인 입으로 아픈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른인 것이 부끄러운 이야기들이었다. 우린 같이 엉엉 울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자 이 학생의 마음에 작은 꽃이 피었다. 한 선생님의 생일날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들고 와서 어설픈 목소리로 “선생님 생일축하해요”라고 했다.

이 학생에게 수료식날 선물을 줬다. 전도의 씨앗을 심고자하는 마음이었다. 그랬더니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 “이사장님, 이거 저한테 왜 주셨어요”라고 묻는다. 세상에, 그 나이가 되도록 고맙다는 인사를 해본 적이 없었단다. 그 질문이 고맙다는 말이었다. 나는 화장실 복도에서 그 아이를 꼭 안아줬다. 나는 문제아를 본 적이 없다. 문제 부모만 수도 없이 봤다.

한국조리사관학교에는 ‘반전의 삶’을 사는 학생들이 많다. 이 지면을 통해 몇몇 학생들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대섭 학생은 31세인데 경제적으로 안정된 간호사직(금연 상담사)을 그만두고 조리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아내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애원한 끝에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윤지현 학생은 기계자동차공학과를 3년간 다녔지만 이 일을 평생 한다는 것이 끔찍하다면서 방황을 거듭한 끝에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 25살에 한국조리사관학교 학점은행제를 통해 지난 대학시절의 학점들을 인정받고 1년여 만에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교에는 질병을 극복하고 조리사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도 많다. 최재혁 학생은 백혈병 투병이 너무 힘들어 자신처럼 암에 걸린 환우들을 위로하는 셰프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사관학교에 왔다. ‘반안면 왜소증’이라는 희귀성 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도 있다.

한때 호주에서 노숙까지 했던 이주용 학생은 올해 미국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존슨앤웨일즈 대학교 조리외식서비스 경영학부를 지원해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는 이번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반항적인 삶을 살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우리 사관학교에서 전문학사 과정을 마친 학생도 있다.

‘꼴찌의 반란’이라고 할 만한 아이들. 고3 위탁교육에 참가한 아이들은 조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교 교장선생님과 부모님을 모시고 만찬을 준비한다. 그러면 이런 말이 나온다. “가가 가가?” ‘그 애가 그 애냐’는 경상도 사투리다. 아이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성적 최하위, 학교에서 잠만 자던 학생들, 꿈이라는 단어를 잊었던 학생들, 세상을 향해서 분노를 쏟아내던 아이들. 모두 주님의 아픈 손가락들이다.

제빵 기술로 가난한 나라에 가서 복음을 전하겠다는 학생들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왜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하시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우리 사관학교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믿고 따라 와주는 학생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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