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기] 샘 오취리의 위로 기사의 사진
방송에서 맹활약하는 샘 오취리는 목사 아버지를 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얼마 전 그를 여의도 월드비전에서 만났다. 고국 가나의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모금활동을 벌여 가나에 ‘572 스쿨’을 세운 그를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오취리는 우리말 달변가였다. 어찌나 말을 재미있게 하던지 어느새 오취리 근처로 월드비전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오취리의 말과 제스처가 이어질 때마다 함께 웃거나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인터뷰 장소가 마치 작은 토크 콘서트장 같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모금활동이 쉽지 않겠다고 걱정하자 오취리는 뜻밖의 대답으로 우리를 위로했다.

“한국 사람들 끝내줘요. 권력자의 부정부패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가나도 마찬가지고요. 촛불집회를 보세요. 수백만명이 모였는데 평화롭다니. 이런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이게 대한민국입니다. 제 외국친구들도 모두 놀라워해요. 한국인들은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한국인 관객(?)들을 위해 부풀린 말인 줄 알았는데 오취리의 위로는 허언이 아니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지난 연말 우울증에 빠지기 전에 들으면 좋을 소식이라면서 한국의 촛불집회를 ‘2016년에 일어난 좋은 일들’ 중 두 번째로 꼽았다. 방송은 “몇 주간 수백만명이 폭력 없이 도심을 행진했고 경찰 역시 축제로 묘사되는 이 집회에 자제력을 갖고 대응했다”면서 “한국이 평화시위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사실 촛불집회가 한국의 저력을 알렸다고 해서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권력자와 그 주변인들이 무능하거나 부패하지 않았더라면 촛불집회는 열리지도 않았을 테니.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오취리와 도이체벨레가 주목한 ‘다수의 힘’이 허망한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사람에게 투표를 해야만 한다. 박 대통령도 5년 전 국민들이 직접 뽑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김상기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