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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구역모임 ‘패처’의 힘… 아이들이 교회를 키운다

당진 동일교회 부흥 비결

청소년 구역모임 ‘패처’의 힘… 아이들이 교회를 키운다 기사의 사진
충남 당진 동일교회의 중학생 멘토(오른쪽)가 31일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패처 모임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성경말씀을 설명하고 있다. 동일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방과후 학교, 대안학교, 지역아동센터는 청소년 구역모임 개념인 패처라는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31일 오전 10시 충남 당진 A아파트의 한 집. 문을 열자 59㎡의 아파트 거실은 15명의 아이들로 꽉 차있었다. “예수 우리 왕이여 이곳에 오셔서∼” 아이들은 3개 팀으로 나눠 찬양을 불렀다. 이어 ‘마음의 벽 허물기’를 주제로 종이작품을 만들었다. 지난 주 대예배 설교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청소년 1000명 출석 비결은 ‘패처’

청소년 1000여명이 출석하는 당진 동일교회의 성장엔진은 청소년 구역예배에 있다. 패처(Family Church, 패밀리 처치)로 불리는 구역모임엔 동네 초·중·고등학생이 모인다. 그렇다고 성인 구역예배처럼 목회자가 관여하는 것도 아니다. 도우미는 100% 평신도다.

패처에서 ‘멘토’로 불리는 중·고등학생은 초등학생을 직접 지도한다. 멘토는 8주간의 집중훈련을 받는다. 멘토는 멘티라 불리는 동생들의 교회출석부터 고민거리까지 모두 챙긴다. 주일 아침엔 동생들에게 직접 전화한다.

“얘들아, 혹시 학교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말로 상처를 준 적이 있니?” 멘토 배민영(15)양이 의젓하게 초등학생 4명을 지도했다. 배양은 “멘토는 아이들이 지난주 담임목사님의 설교말씀을 소그룹 놀이로 표현할 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토요일마다 동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은지(10)양은 “이런 언니가 친언니였으면 좋겠다”며 팔짱을 꼈다.

동네 청소년 구역모임을 80개나 운영

교회는 이런 패처를 80개나 운영한다. 패처 별로 매주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등 역사탐방을 하고 거리청소, 음식 만들기, 게임 등을 한다. 자택을 개방한 김수진(40·여)씨는 “2008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패처를 운영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동네 언니 오빠 형 동생”이라며 “교사들이 준비한 간식을 먹고 동네아이들끼리 1∼2시간씩 놀다보면 자연스레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귀띔했다.

다른 패처가 열린 당진 행정동 황금농장에는 50명의 어린이가 모여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서연(8)양이 말씀노트를 꺼내 자신이 요약한 지난 주 설교내용을 발표했다. “우리는 복음의 증인이 돼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동무가 돼야 하죠.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담을 치면 미운 마음이 생겨요.” 서연양은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게 부끄러웠는지 모기소리로 설교노트를 읽었다. 그래도 지난주 담임목사가 전한 에베소서 2장 11∼18절의 십자가 화목(和睦) 정신만큼은 분명하게 전달됐다.

이어 농장 비닐하우스로 뛰어 들어가 한라봉 따기를 시작됐다. 한주희(10)양은 “매주 패처에 참여하는 데 집에서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오늘 한라봉을 8개나 땄다”면서 “저번에 색종이로 겨울꽃을 만들었는데 재미있었다. 재미가 있으니까 교회 안다니는 친구들도 자주 데리고 온다”며 웃었다.

공동체성·관계전도, 두 마리 토끼 잡아

탑동 교구의 패처가 열린 읍내동 B아파트의 한 집도 20여명의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문을 열자 반긴 것은 아이들의 신발이었다. 인병욱(15)군이 에베소서 2장 말씀을 낭독했다. 이어 교사가 직접 나서서 종이 벽돌로 담을 쌓으며 미움이라는 ‘마음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자(45·여) 집사는 “월요일과 금요일은 어른들끼리 성경공부와 기도회를 갖고 토요일은 아이들을 위해 말씀 도우미와 간식담당을 맡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동체 모임이 계속되면서 담임목사님이 그토록 외쳤던 공동체의 비전이 아이들 마음속에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혜림(40·여) 집사도 “토요일 급한 용무가 있는 동네 부모들은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기기도 한다”면서 “워낙 동네에 소문이 잘 나있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패처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박 집사는 “교회 아이들을 따라 패처를 찾아온 아이들을 안아주고 칭찬하다보면 ‘이런 게 진짜 전도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짜리 자녀가 패처를 같이 준비하는데, 어느 순간 두 아이가 영혼을 살리는 동역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교회는 ‘패밀리 처치 따라하기’라는 교재까지 만들었다. 교회 목표는 패처를 120개로 늘리는 것이다. 청소년이 1500명 출석하는 교회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농업인구가 전체 주민의 20%를 훌쩍 넘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 같은 일이다.

당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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