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희망찬 대한민국을 위한 읍소 기사의 사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정유년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중요한 해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며 평화의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보여주었습니다. 꺼지지 않는 촛불의 힘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스스로 저버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이끌어냈습니다. 탄핵은 단순히 박근혜라는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혹은 그 이전부터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나라를 지배해 온 기득권에 대한 국민의 봉기(蜂起)이며 그 세력이 만들어놓은 질서에 대한 항거(抗拒)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올해가 우리나라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촛불로 켜놓은 개혁의 불씨를 살려서 올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구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놓은 질서와 구조를 바꾸는 혁명을 완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많은 비정상적인 일들을 감내하며 살고 있습니다. 청소년은 사교육과 맹목적인 대학입시라는 덫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나오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는 기성세대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직장은커녕 스펙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중년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 집 마련은커녕 매년 올라가는 전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빚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장년층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알면서도 퇴직 이후 자영업이란 불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불나방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노년층은 지난 세월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는데 손에 쥔 것도 별로 없이 젊은이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생계지원에 삶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살면 우리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고, 현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을 적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과 비호세력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세뇌당해 왔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체제가 계속되면 우리는 계속 비정상을 정상인 양 감내하고 살아야 합니다.

지면을 빌려 저는 감히 국민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온 세대가 함께 행복한 미래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한 번만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의 미래는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부모님께 여러분의 미래가 최소한 지금 청년들의 삶보다 좋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조르시길 바랍니다.

청년 여러분! 여러분은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년 그 누구보다 뜨겁게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것도 세계가 놀란 축제 형식의 시위를 통해서 말입니다. 그 열정을 SNS에 인증샷이나 올리기 위한 ‘치기(稚氣)’로 폄훼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올해 선거에서 100% 투표율을 통해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그들에게 반드시 보이시기 바랍니다.

중장년 여러분! 여러분은 80년대, 90년대 치열한 투쟁을 통해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이제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는 연령이 되어 기득권층에 다가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기득권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기득권을 위한 조력자 역할만 해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올해 반드시 여러분의 청춘으로 만들어낸 민주화가 정치만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부문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여해 주십시오.

어르신 여러분!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기틀을 어르신들께서 닦아 주셨습니다. 지금 그 기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살지 않고 북한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몰라서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은 세계에서 가장 학력이 높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각종 자격증과 경험을 쌓고자 열심인 청년들이 바로 우리의 젊은이입니다. 지금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청년이 앞으로도 결혼과 출산을 못하면 어르신들께서 쓰실 수 있는 복지와 건강보장을 위한 예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이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청년이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청년도 노인도 모두 잘 살게 됩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을 위해 투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치인 여러분! 개혁을 넘어 혁명적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의지를 실현해주실 분들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올해가 제2의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된다면 촛불은 횃불이 되어 여러분을 모두 태워버릴 것입니다. 부디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정치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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