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이흥우] ‘희망국가’ 주권자 선택에 달려 기사의 사진
촛불의 함성 속에 2017년이 시작됐다. 연인원 1000여만 명이 참여한 10차례의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에 의해 훼손되고 망가진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되새기게 했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래서 평소 잊고 지냈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소중한 가치 말이다. 지난해는 국가 지도자가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 한 해였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무자격자에게 나눠준 대통령 한사람으로 인해 국정은 멍들고, 국민들은 피멍이 들었다. 박근혜정부는 실패했다. 4년여 전 국민 과반이 선택한 결정의 결과이니 대통령을 탓할 노릇만은 아니다.

올해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대선과 다른 게 있다면 언제 실시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여부에 따라 조기 대선도 가능하고 원래대로 오는 12월 20일 실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박 대통령 탄핵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여서 대선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기 대선은 헌정사상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다. 미증유의 일이라 걱정도 된다. 각 당 후보 경선 과정뿐 아니라 후보의 도덕성과 공약 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이미지 선거나 연고(緣故) 선거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래서는 박근혜정부의 데자뷔다.

개혁보수신당(가칭) 이탈에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에 즈음해 새누리당이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 같다.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은 공공연히 그와 한 배를 타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뉴욕까지 날아가 만났다. 아직 반 전 총장의 정책과 노선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없다. 그럼에도 충북 음성이 고향인 반 전 총장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겠다는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의 속내를 유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국민의당은 호남 색채가 더 강해졌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호남당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선 호남의 주승용 의원이 서울 출신 김성식 의원에 승리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호남정치 복원을 주장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이 광주시장, 전남지사 후보에나 걸맞은 지역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20대 총선은 철옹성 같던 지역주의의 벽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 선거였다. 그러나 19대 대선을 앞두고 망국적 지역주의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역주의는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거기에 기대어 정치생명 연장을 도모하는 정치집단이 아직도 도처에 널려있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이제 ‘반기문당’이 탄생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1인 보스의 움직임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후진적 정치 행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19대 대선은 지역주의, 보스정치 같은 구시대 정치를 끝장내는 정치개혁의 각축장이 돼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음과 동시에 대한민국을 지속가능한 희망국가로 만들어야 하는 19대 대선이다.

19대 대선의 최대 화두는 적폐 청산과 개혁이다. 한계에 다다른 87년 체제의 손질 또한 불가피하다. 보수든 진보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 과제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판단은 오로지 주권자의 몫이다. 분명한 건 이미지에 현혹돼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한 18대 대선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겸 정치부 선임기자 hw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