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거짓말 기사의 사진
2+2는 얼마냐고 수학자에게 물었다. 너무 쉬운 걸 물어 불쾌하다는 얼굴로 “4”라고 했다. 통계학자는 “신뢰수준 100%에서 4이며 오차범위는 0”이라는 복잡한 답을 내놨다. 여론조사 전문가에게 묻자 그는 방문을 잠그고 창문 커튼을 닫은 뒤 은밀하게 되물었다. “얼마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새빨간 거짓말, 통계’란 책은 이런 농담으로 과학의 영역에도 거짓말과 속임수가 존재한다는 걸 말하고 있다. 거짓말의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척 많은데, 이 책은 “거짓말에는 새빨간 거짓말, 하얀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사람이 하루에 몇 번 거짓말을 하는지 보려고 20명에게 소형 마이크를 부착한 채 생활하게 했다. 종일 한 말을 녹음해 분석하니 1인당 평균 200번, 그러니까 8분마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물건을 파는 상점 점원이었다.

‘텔링 라이즈’를 쓴 폴 에크만 교수는 “완벽한 거짓말은 없다”고 말한다. 누구든 거짓말할 때 표정과 몸짓에 어떤 식이든 변화가 생긴다는 ‘미세표정 이론’을 주창했다. 미국 수사드라마 ‘라이 투 미’의 주인공 칼 라이트먼은 에크만 교수를 모델로 한 캐릭터다. 용의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거짓을 간파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미세표정 전문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정조사가 한창일 당시 박 특검은 “빤한 위증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특검은 문형표 증인에게 위증 혐의를 추가해 구속했고, 조윤선 김종덕 정관주 증인을 같은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들의 빤한 위증은 빨간색처럼 금세 드러나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하지만,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을 때 거짓말은 ‘논리’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박 특검은 김기춘 증인에 대해 “논리가 보통이 아닌 사람”이라며 수사의 최대 난관으로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 경우는 좀 난감하다. 1차 대국민 담화에서 거짓말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고, 검찰이 증거가 충분하다며 관련자들을 기소까지 했는데 자꾸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한다. 새해 맞이 기자간담회 내용도 논리라기보다 억지에 가까워 보이니, 만약 특검 수사에서 거짓말로 확인된다면 새로운 유형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국정조사가 먼저 진행된 터라 특검은 ‘거짓말 수사’를 하게 됐다. 심리학자나 사회학자가 달려들면 거짓말에 관한 새로운 학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태원준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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