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미분양주택 대책 신중해야 기사의 사진
정부가 올해 미분양주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인 대응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동원했던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제도와 매입임대리츠를 부활시킬 의향을 밝혔다.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비한 방침이므로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는 동시에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주택정책은 발전된 모습을 보여 왔다. 예컨대 지역, 점유형태, 주택유형 등을 달리하는 다양한 하위시장으로 구성된 주택시장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책을 적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분양과열지역과 위축지역으로 구분하는 등 지역 맞춤형 정책을 수립한 것은 진일보한 정책발상이다. 이번 대책처럼 예상되는 미래의 리스크에 미리 대응책을 마련한 것도 발전된 정책발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미분양주택에 관한 정책내용을 따져보면 집값 떠받치기, 혈세로 건설업체 지원하기 등 과거의 정책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주택이 발생하는 것은 건설사가 시장상황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책임은 근본적으로 업체가 져야 한다. 그런데 집을 지어 분양이 잘되면 건설사가 그 이익을 누리고, 분양이 잘 안 되면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미분양주택 문제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므로 재발방지대책도 이미 마련됐어야 했다.

이번 대책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정부가 또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미리 보낸 셈이다. 두 달 전 분양과열지역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11·3 부동산대책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자칫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부실건설사 구조조정에도 장애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건설업계도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제도가 조건이 까다롭고 할인분양에 비해 실익이 별로 없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설사가 원하는 근본대책은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진정한 근본대책은 반드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미분양주택에 대한 근본대책은 한마디로 견실한 주택시장을 구축하여 미분양주택의 발생과 처리를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다. 또 제도적으로 현재의 선분양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후분양제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정책 당국이 고심하고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주택시장이 제대로 작동토록 제도를 보완하고 불필요한 개입을 줄이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경착륙이 현실화될 경우라도 미분양주택에 대한 개입은 추가적인 임대주택 확보의 기회로 삼는 것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중산층 이상 가구의 주택문제는 시장기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토록 하고, 정책 당국은 자력으로 주거안정이 어려운 주거약자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분양주택에 대한 정부개입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은 상황에 따라 변동되게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업체는 퇴출되고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살아남는 것이다. 또 이런 시장에서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요구되지도 않을 것이다. 미분양주택은 가격할인 등 시장기능을 통하여 해소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도덕적 해이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의 결과로 나타나는 미분양주택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통하여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주택시장의 기능 정상화를 통하여 예상되는 경착륙에 대비하는 동시에 서민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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