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공정·신속한 탄핵심판 통해 국가 기틀 바로세워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결국 출석하지 않았다. 3일 열린 1차 변론기일은 준비 절차를 끝내고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하는 자리였다. 헌법재판소법은 피청구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기일을 다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변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2차 변론기일부터 궐석 심리로 진행된다. 재판부가 사전에 “대통령은 여러 사실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당사자”라며 출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박 대통령은 불출석 방침을 고수했다. 매우 유감스럽다. 탄핵심판은 국정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번엔 탄핵 사유의 거의 모든 항목에 사실관계 다툼이 존재한다. 피청구인이 직접 출석하면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출석 거부를 통해 시간을 끄는 꼴이 됐다. 직접 출석할 법적 의무는 없다지만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래선 안 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장외변론’을 택한 듯하다. 지난 1일 갑작스레 기자간담회를 열어 탄핵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그룹 관련 의혹을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고, 세월호 참사 때도 “할 것은 다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할 생각이라고 한다. 공개적인 심판정이 마련돼 있는데 따로 말할 자리를 만드는 건 일방적 주장을 펴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지지 세력을 다시 규합해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 헌재 심판과 특검 수사에서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대공지정(大公至正)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심리하겠다”고 말했다. 탄핵소추가 이뤄졌다는 건 국가의 기틀이 허물어졌다는 뜻이며, 탄핵심판은 그것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위기의 한국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중대한 작업이 첫발을 뗐다. 대통령의 장외변론을 비롯한 어떤 정치적 목소리에도 흔들림 없이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차 변론기일부터 안종범 정호성 최순실 등 여러 증인이 차례로 심판정에 서게 된다. 숨김과 보탬 없이 진실을 밝혀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탄핵심판이 이뤄지도록 협조하기 바란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