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가지각색 기사의 사진
노을의 장엄한 색
몇 살 때였는지 알 수 없다. 마당 한쪽에서 바라본 하늘은 온통 붉은 노을이었다. 내게 가장 오랜 색깔의 기억은 그렇게 붉고 장엄했다.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온통 색으로 넘쳐난다. 파란 바다, 초록 나무, 빨간 지붕, 청바지, 검정 자동차와 같이 자연이 주는 색과 인간이 만든 색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워낙 익숙해서 무덤덤할 따름이다. 삶을 감싸고 있는 색은 물리적 현상이면서 심리적 작용의 대상이기도 하다.

색은 빛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어두워지면 색이 사라진다. 우리가 보는 색은 대부분 사물이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해서 그렇게 보인다. 빨간 꽃은 빨강을 반사하고 나머지 색들을 흡수해서 그렇게 보인다. 모든 빛을 반사하면 하얗게, 모두 흡수하면 검게 보인다. 핑크빛 무드와 같이 감성을 자극하는 색은 빛이 반사하고 흡수하며 산란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현상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색에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고 갖가지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살아간다.

색은 인류의 삶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언어에도 색이 갖는 의미가 수두룩하다.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속이 검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빨간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친구도 있고, ‘본색’을 드러내거나 ‘특색’도 없으면서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인간도 있다. 어찌해볼 ‘기색’도 없다거나 ‘안색’이 나쁘다고 걱정해주기도 한다. ‘여색’이나 ‘주색잡기’를 멀리하라는 타이름도 색을 통해 문화를 짚어볼 수 있게 해준다.

뉴턴은 색채물리학을, 독일의 문호 괴테는 심리 측면에서 색을 연구하였고, 화가나 학자들이 색을 이론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최근 들어 색채학을 비롯해 마케팅이나 생리학에 이르기까지 색이 삶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가 몰랐던 색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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