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정유재란 기사의 사진
올해는 정유년(丁酉年)이다. 60년마다 되풀이돼온 과거 정유년에도 시련과 응전의 역사가 있었다. 정유년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사건이 정유재란(丁酉再亂)이다. 420년 전인 1597년이다. 2014년 개봉돼 1760여만명을 모아 역대 최다 관객 영화로 기록된 ‘명량’이 실제로 펼쳐진 시대다.

1597년 7월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은 일본군 본진을 급습하기 위해 칠천량 전투를 벌였지만 수군 1만여명이 수장되는 대패를 당했다. 선조는 당시 “사람이 한 일이 아닌 하늘이 만든 것”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많이 닮아 있다. 그때 등장하는 이가 이순신 장군이다. 그는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라는 장계를 선조에게 올렸다. 그해 9월 16일 명량해협에서 ‘13대 133척’의 맞짱 승부를 승리로 이끌며 전쟁 흐름을 바꿔 놓았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서 걸출한 리더와 이름 없는 민초들이 함께 만들어낸 승리였다.

이로부터 300년이 흘러 또 하나의 정유년인 1897년 조선왕조는 일본과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을미사변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했던 고종은 경운궁으로 복귀한 뒤 대한제국 건설을 선포했다. 그러나 대한제국은 13년을 버티지 못했다. 정유재란과 달리 민초들이 배제된 권력 상층부만의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해 정유재란과 비견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겪었다. 정유재란 때는 민초들이, 지난해엔 촛불민심이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정유재란이 있은 지 420년이 지난 올해 우리는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통령 리더십은 부재 중이고, 북핵과 경제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새로운 대통령도 뽑아야 한다. 왜군을 피해 도망쳤던 선조나 박 대통령의 전철을 또 밟을 순 없다. 국정농단의 어둠을 뚫고 새로운 새벽을 여는 힘은 정유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국민에게 있다. 국민들의 냉철한 선택이 필요하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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