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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시작되자 부인하거나 숨어버린 대통령과 측근들

“박 대통령은 장외가 아닌 헌재에 출석해 사실관계 밝혀야 하며 증인들도 출석 요구에 적극 응해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법정 공방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차 변론에서는 국회와 대통령 측의 거센 신경전이 벌어졌다. 지난 3일 1차 변론이 박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9분 만에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이날 변론은 사실상 양측의 첫 공방인 셈이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했고,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선공(先攻)은 박 대통령 측이 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촛불집회가 과거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중총궐기 주최 측이 배후에 있다며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민중총궐기가 민심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10차 집회까지 1000만명을 넘어선 촛불 민심을 모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속 집회를 어떻게 민심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외신들도 “시민들이 망가진 민주주의를 대규모 집회로 바로잡았다”고 호평할 정도였다. 이런데도 ‘민중총궐기’ 운운하는 발언은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우롱하는 처사다.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에 이어 이날 변론에서 ‘색깔론’까지 들고 나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박 대통령 측은 예상대로 시간 끌기에도 주력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심판 절차가 철저하게 형사소송법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심판 진행을 늦추려는 의도다. 오죽했으면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이 재판은 탄핵심판이지 형사재판이 아니다. 절차는 형사소송을 준용해 진행하지만 이 사건을 혼용해 변론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일침을 놓았을까.

박 대통령 핵심 인사들이 헌재의 증인 소환장 수령을 회피하거나 특검 조사에 불응하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듯한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증언키로 돼 있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헌재의 연락을 받지 않은 채 잠적했고, 최순실씨는 특검의 세 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행위는 헌재의 신속 결론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물론 박 대통령 측도 법률적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쟁점이 많고 내용도 복잡하다. 검찰 수사기록만 3만2000쪽에 달한다. 게다가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주요 쟁점들을 놓고 첨예하게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다.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할 때 양측은 헌재의 신속 결정 원칙에 협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장외가 아닌 헌재에 직접 출석해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으며 증인들도 출석요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심리가 불필요하게 지체되지 않아야 국정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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