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우리 동네 주사 아줌마 기사의 사진
1980년대 초반 일명 ‘주사 아줌마’가 남도 작은 도시의 한 동네를 휩쓸고 간 적이 있었다. 주사 아줌마로 불렸지만 이 여성은 주로 미용 관련 시술을 했다. 쌍꺼풀 수술과 눈썹 시술이 전공이었다. 아버지의 불호령으로 인해 어머니는 눈을 손대지 못했지만 같은 마을의 아주머니 여럿이 쌍꺼풀을 만들었다. 이 주사 아줌마가 한동안 머물고 간 뒤 옆집은 물론이고 뒷집 친구의 어머니까지 유사한 반달 모양의 눈썹을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 같은 주사 아줌마는 2000년 8월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처방전 없이 주사제를 살 수 없는 탓에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음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대개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의료 분야에 종사했던 중년 여성들인데 손님의 집이나 손님이 원하는 장소를 직접 방문해 시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살아왔는데, 최순실 사태를 거치며 주사 아줌마가 다시 등장했다. 최씨가 주사 아줌마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해줬다고 변호인을 통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2013년 청와대 이영선 행정관이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보낸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도 공개됐다.

예전의 동네 어머니들이 주사 아줌마를 찾은 것은 저렴한 비용 때문이었다. 열악한 시술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보기 위해 어머니들은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최씨가 돈을 아끼려고 주사 아줌마를 부르지는 않았을 게다. 성형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의사는 의료법 절차를 따라야 해 환자가 요구한다고 해도 아무 주사나 시술을 하지 못하지만 주사 아줌마는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 부유층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대통령이 주사 아줌마로부터 주사를 맞았거나 시술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이 역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을 숨기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국가원수가 사사로이 ‘비선 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별검사팀은 이 주사 아줌마로 무면허 의료행위 전과가 있는 70대 여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을 겪다 보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상한 일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한민수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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