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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이게 공당이냐”

“私黨이라는 비판 받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촛불민심 담아내려면 정당개혁 절실”

[김진홍 칼럼] “이게 공당이냐” 기사의 사진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일 뿐이다.’ 요즘 새누리당에 쏟아지는 비판이다. 저열한 언행을 일삼고 있는 친박계가 타깃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 주류다. 지난해 총선 때 친박 핵심들이 계파 후보들을 대거 출마시킨 탓에 지금도 절대과반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음에도 자신들만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큰소리 치고 있는 건 이러한 토대 때문이다. 그들은 국정파탄의 책임을 지고 당에서 나가달라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네가 나가라”며 비대위 출범을 실력으로 저지했다. 앞서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 때는 똘똘 뭉쳐 친박계 후보를 당선시킨 뒤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친박계의 무모한 짓이 통하는 정당이 바로 새누리당이다. 그래서 ‘친박계의 사당’이라는 표현이 과한 게 아니다. 정당법에는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국민의 자발적인 조직’이라고 명시돼 있다. 새누리당에선 국민의 이익을 위한 행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친박계 이익이 최우선인 정당이라는 점을 친박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도당(徒黨)이라 부르는 게 정확할지 모르겠다. 그 폐해는 크다. 자신들의 주군인 박 대통령에 대한 맹종의 결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아닌가.

더불어민주당도 사당 논란에 휩싸였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개헌저지 문건이 발단이 됐다.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란 제목의 문건엔 개헌 논의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들이 담겨 있다. 주로 친문계 인사들에게 은밀하게 전달되는 등 배포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조기 개헌에 부정적인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당의 공식기구가 특정인을 위해 문건을 제조했다면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게다가 민주당의 적지 않은 의원들이 개헌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문건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친문계인 민주연구원장의 사표도 반려될 조짐이다. 4·13총선을 계기로 당 주류 지위를 강건하게 다진 친문계, 그리고 친문계의 좌장인 문 전 대표를 건드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일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공당이다. 특정인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의 사당화와 패권주의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고, 정권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의 싹도 커졌다.” 김부겸 의원은 “진상조사 결과를 왜 발표하지 못하느냐”고 가세했다. 다른 정당들은 “문건이 문 전 대표의 뜻이냐? 공당을 사당화하는 이들이 국가운영을 책임질 경우 제2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연일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과 친문계의 자업자득이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여당은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이명박정부의 한나라당도, 노무현정부의 열린우리당도 대선을 전후해 간판을 내렸다. 공당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새누리당 역시 머지않아 그 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르다. 문재인이라는 유력 대선주자를 갖고 있어 현재로선 차기 정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정당으로 꼽힌다. 그래서 ‘민주당은 문재인의, 친문계 사당’이라는 지적이 무겁게 다가온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유사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어 우려스럽다. 민주당의 고질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정당의 사당화는 불통과 독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문 전 대표가 사당 논란을 불식시키길 기대한다.

‘최순실 파동’ 이후 권력기관, 재벌, 방송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당개혁도 포함시켜야 한다. 촛불을 담아낼 그릇들이 너무 허접하지 않은가.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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