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87> 불편한 재미 기사의 사진
이휘재. KBS제공
오늘 내가 한 언행이 내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중요한 책무이다. 특히 유명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간 불거진 사건사고로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상황들을 지켜봐왔다. 음주운전, 폭행, 성추행 등 범법 행위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로 인한 이미지 타격은 물론 활동이 전면적으로 중지된다. 연예인의 경우 방송출연 제재까지 받는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도의적 실수도 치명적 타격을 입는 시대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유명인들의 언행은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여론이 형성된다.

지난 연말,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진행을 맡은 이휘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무차별적 뭇매를 맞았다. 출연자를 비하하는 진행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요지다. 그의 문제적 진행 영상은 편집돼 온라인상에서 배포되었다. 검색어 하나로 바로 접할 수 있을 만큼 논란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판의 글이 도배되었다. 심지어는 가족들까지 비난의 포화를 맞았다.

방송 진행자마다 개성적인 진행을 펼친다. 그렇게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일은 고유의 권한이다. 자신의 이미지 영역을 넘어선 진행은 냉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보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걷는 것과 같다. 모든 게 제 불찰이라는 이휘재의 사과는 ‘예능은 예능일 뿐’과 ‘무례한 진행’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휘재는 그 순간 시청자들의 심리적 고충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출연자를 꼼꼼히 배려하고 챙기면서도 재미를 연출하는 진행자가 있는가 하면 출연자를 당황스럽게 만들어 새로운 웃음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서로 상반된 진행방식이 모두 성공하게 된 공통 배경에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무례한 진행은 비난받고, 불편한 재미는 사랑받지 못한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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