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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 가결 한 달… 여야 위기극복 위해 머리 맞대라

“차기 대권 다툼에 몰두하지 말고 외교·안보·경제 분야는 국가이익 극대화 위해 초당적 대처를”

9일로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한 달이 됐다. 그동안 드러난 청와대 주변의 국정 농단 사태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했다. 국민들은 일 년보다 더 길게 느껴진 한 달을 보냈고, 아직도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신(新)패권정책이 충돌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대통령의 리더십 상실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뜻과 힘을 모아야 하는 정치권은 되레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은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외교와 안보 문제에 대해서만은 초당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은 동맹의 가치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국에 이익이 되는 조치라면 전쟁이라도 불사할 정도로 막무가내다. 일본은 어떤가.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빌미로 주한 대사와 총영사를 동시에 소환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중국은 더 심하다. ‘사드 용납 못한다’는 등 주권국의 자존심은 안중에도 없을 뿐 아니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뒤집기 위해 우리를 ‘조공국’ 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무례와 노림수를 뻔히 알면서도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최고위급 면담’ 운운하며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누누이 말했지만 외교 문제엔 여야가 따로 없다. 외교정책이라는 것이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한민국 미래는 더 암울해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8일 내놓은 ‘2017 글로벌 정치지형의 변화와 경제’ 보고서에서 자국 우선주의 경향과 보호무역주의 확대, 여기에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국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때일수록 리더십을 발휘하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주력해야 할 정치권은 되레 혼란 정국을 부채질하고 있다. 더욱이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의 안위보다 차기 대권을 차지하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우호적 상황은 하나도 없다. 작은 이익에 매몰됐다가 나라를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기엔 한반도 주변 상황이 위중하게 돌아간다. 대통령 탄핵은 법절차대로 진행하되 나머지 외교, 안보,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정략적 접근이 아닌 국가이익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자. 정치가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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