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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협공받는 韓 외교, 정쟁 비화 자제해야”

전문가들 분석과 조언

“中·日 협공받는 韓 외교, 정쟁 비화 자제해야” 기사의 사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8일 오전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 실장은 곧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들을 만나 한·미동맹 현안, 동북아 정세, 북핵 공조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뉴시스
연초부터 중·일 양국의 외교 공세가 한국 외교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집요한 공세 속에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까지 적극 나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 국제정세 변화와 맞물리면서 박근혜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과 위기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8일 “현 정부 외교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급격하게 오르내리면서 전략적 고려나 대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가벼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사드 배치나 위안부 합의 같은 주요 외교정책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널뛰듯 결정되고, 대내외 사전정지 작업도 약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중 관계의 경우 지난해 2월 사드 배치 협의 공식화 이후 악화일로에 있다. 북핵 위협 증대에 따른 대응 조치지만 국내와 중국의 강한 반발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중국의 단계적 보복 조치에 이어 탄핵 정국에선 남남갈등 유발 시도로 이어졌다.

일본은 반대 흐름을 보였다. 한·일 관계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고집하면서 냉각기가 지속됐다. 한·일 정상회담이 현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난 2015년 11월에야 개최됐을 정도다. 문제는 그 사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우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추진하던 미국정부의 압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정상회담 다음달인 12월 위안부 합의를 도출하고,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협정 재개 발표 한 달도 안 돼 체결되는 등 분위기가 급변한 데는 미국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대화할 땐 대화하는 투 트랙으로 갔어야 하는데 위안부 문제에 모든 걸 걸어 문제가 됐다”며 “그러다 보니 위안부 합의 등에서 국내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고, 합의 내용을 제대로 납득시키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라는 국내 정세의 한계를 감안하되 위기관리에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드 배치 문제나 위안부 합의의 경우 현 정권에서 추진했던 대표적인 외교정책인 데다 국가 간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궤도 수정을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중대한 정책 변경을 하는 것은 힘들다”며 “정책 변경은 컨트롤타워가 들어선 다음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일례로 일본과의 문제에선 독도 문제 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외교장관이나 고위급 인사를 보내 계속 협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국정 공백 상황이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와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인해 외교정책이 정치세력의 이합집산 도구로 전락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관계는 남북관계와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 일본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는 “이후 정권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현재 어려운 국내외 정세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현상 타개형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 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 해당 관계기관을 만나 필요한 공조 조치를 협의하는 것이 필요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사드 배치 등 한·미동맹 현안과 북핵 공조 방안, 역내 정세 등을 두루 논의할 예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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