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구미의 일탈 기사의 사진
구미는 인물이 많이 난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구미)에 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을 꽃피운 야은 길재, 점필재 김종직 등 학자와 사육신 하위지, 한말 의병대장 허위 등 숱한 애국지사를 배출한 곳이다. 행정구역상 선산군 구미읍이었으나 1978년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이 합쳐져 구미시가 됐고 선산군은 구미시 선산읍으로 통합됐다. ‘구미=선산’인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많은 구미시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인물로 여긴다. 구미시 상모리에서 태어난 그는 구미보통학교를 다녔다. 대통령이 된 후 70년대 초 국내 최초이자 최대인 내륙산업단지를 구미에 만들었다. 전형적인 시골이던 구미는 일약 공업도시로 변모했고 70, 80년대 우리나라 수출 전초기지가 됐다. 구미 사람치고 공단으로부터 이런저런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단의 역할은 컸다. 시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은 ‘과감한 수출 정책을 추진하고 새마을운동을 창시해 국가경제의 기틀을 다진 분’으로 기억된다. 상모사곡동의 박 전 대통령 생가에는 지난해 38만여명이 방문했다. 구미시는 올해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시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도 각별하다. 구미시 홈페이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도시”라고 설명돼 있다. 박 대통령 부녀에 대한 애정이 넘쳐 불상사를 낳기도 했다. 작년 11월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여성을 박사모 회원 등이 폭행했다. 지난 8일에는 구미시청에서 기자간담회 후 차량에 타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박사모 등 박 대통령 지지 단체 회원 300여명이 둘러쌌다. 이들은 문 전 대표를 향해 “빨갱이 처단” 등의 욕설을 하며 차량을 발로 차고 수행원들에게 흙과 쓰레기를 던졌다.

시민들에게 구미는 대통령 부녀를 낳은 자부심의 도시다. 그러나 폭력을 동반한 맹목적 지지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해가 된다. 더욱이 케케묵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승자박에 다름 아니다. 따지자면 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좌익 아니었나. 구미는 아버지의 고향이다. 숙부와 사촌동생이 지금도 살고 있다. 그래서 구미의 일탈이 더욱 안타깝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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