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선웅 “연극 할수록 단순함에 끌려” 기사의 사진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초연 당시 돌아가신 임홍식 선배님을 빼고는 멤버 모두 이번 재공연에 참여한다. 우리끼리는 ‘의리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곽경근 선임기자
고선웅(49)은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극작가 겸 연출가다. 지난 몇 년간 그가 손댄 연극 ‘푸르른 날에’ ‘홍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하 조씨고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뮤지컬 ‘아리랑’ 등 여러 작품이 평단과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2018 평창패럴림픽 개·폐막식 총연출도 맡은 그의 재능은 최근 새삼 재확인됐다. 2015년 조씨고아를 본 박민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작품이 너무 좋아 그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다는 사실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알려졌다.

오는 18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공연되는 국립극단의 조씨고아(∼2월 12일)는 중국 춘추시대 역사적 사건을 원나라 작가 기군상이 재구성한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은 정의와 신의를 내세운 복수극이지만 그는 복수의 끝자락에는 허망함이 남는다는 해석을 더했다. 이 작품은 2015년 초연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켰으며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원작의 나라인 중국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저명한 평론가 양션은 “한국 국립극단이 중국 대형연극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제작비로 중국 극장에서 중국 이야기로 중국 관객을 정복해버렸다”라고 극찬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연극을 할수록 쉽고 단순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연극이란 장르가 관객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보통 사람의 도덕관념과 보편적인 메시지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조씨고아가 중국에서 공연될 때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중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내 재해석이 이들에게도 보편적인 공감을 얻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그에게는 러브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신작 연극 ‘한국인의 초상’ ‘탈출, 날숨의 시간’ ‘곰의 아내’, 오페라 ‘맥베스’ 등 4편을 올렸다. 또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조씨고아로 각각 프랑스 파리, UAE 아부다비, 중국 상하이에 공연을 다녀왔다.

하지만 신작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가 연출한 곰의 아내와 맥베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는 “연극 창극 오페라 모두 협업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예술이다. 내가 다작을 한다고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해당 프로덕션의 일부로 기능하는 것이다. 다작을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작업 중 스태프끼리 조율이 서로 잘 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도 그는 조씨고아를 마치면 4월 국립창극단 ‘흥보씨’(각색 및 연출), 10월 LG아트센터 연극 ‘라빠르망’(연출), 12월 뮤지컬 ‘광화문연가’(대본)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내년 3월 평창패럴림픽 개막식도 준비해야 한다. 그는 “공연이나 개막식이 혼자 하는 작업이라면 내가 느끼는 강박이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협업이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주변의 이야기에 귀가 열린다. 그래야만 협업이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알았다”고 답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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